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보복 공습으로 '중동 전쟁'이 재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은 다양한 안정화 조치로 시장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는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유류세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생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현재의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압축천연가스(CNG) 유가연동보조금을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휘발유 유류세는 ℓ(리터)당 615원으로, 탄력세율 적용을 하기 이전(820원)과 비교하면 ℓ당 205원(25%)이 낮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2022년 휘발유 유류세를 역대 최대폭인 37%(ℓ당 516원)까지 낮췄다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25%로 인하율을 일부 환원했다. 이후 유가는 하향 안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인하 종료 시점을 잡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중동발 위기로 인해 9번째로 시한을 연장하게 됐다.
경유와 LPG 부탄에 대해선 37% 인하율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경유는 ℓ당 369원(212원 인하), LPG 부탄은 ℓ당 130원(73원 인하)의 유류세가 2개월 더 연장된다.
금융과 외환 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비,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최 부총리는 "사태 전개 양상에 따라서는 에너지 및 공급망 중심으로 리스크가 확대되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며 "정부는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범정부 비상대응 체계를 갖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부처 모두 원팀이 돼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모든 정책역량을 결집하겠다.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하라는 국민의 뜻을 재정전략회의, 세제개편안, 예산안 등에 확실하게 담겠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장 불안이 발생하면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고, 이란(100억 달러)과 이스라엘(2억 9000만달러) 등 분쟁 당사국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크지 않고, 금융권의 외화 조달여건도 양호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하지만 향후 전개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고 만일 사태가 악화할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사태의 진행 상황과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시장 불안 발생 시 이미 가동 중인 94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국내 금융시장 여건이 양호한 상황이고 시장 불안 요인에 대한 정부의 대응 여력도 충분한 만큼 시장 참여자들이 과도한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고조되는 등 잠재적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다. 시장안정을 위한 철저한 대응 태세를 갖춰달라"고 덧붙였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도 이날 오전 7시 30분 시장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기에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 향후 진행 양상과 국내외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면서 이처럼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울러 "중동 사태로 당분간 글로벌 위험회피 흐름이 강화되고 이스라엘의 대응 강도, 주변국 개입 여부 등 상황 전개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향후 국제 유가와 환율 움직임, 글로벌 공급망 상황 변화 등과 그 파급 영향에 따라 국내외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의 불확실성도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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