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또, 너냐? 잘 만났다.'
남자프로농구 창원 LG와 수원 KT의 4강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가 16일 1차전을 시작으로 혈투에 들어간다. 정규리그 2위로 먼저 기다린 창원 LG, 울산 현대모비스를 꺾고 올라 온 정규 3위 수원 KT. 두 팀 모두 챔피언결정정 우승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4강전에서 한쪽은 챔피언 도전 기회를 또 날려야 한다. 두 팀의 에이스 허훈(KT)과 양홍석(LG)의 '동지에서 적' 대결도 관전 포인트다. 자유계약선수(FA)로 LG에 새 둥지를 튼 양홍석은 지난 시즌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친정팀을 상대하고, 허훈은 프로 데뷔(2017년) 후 3차례 PO 시리즈에서 계속 탈락하다가 이번 6강전을 처음 통과했다.
PO 미디어데이에서 "쌍둥이 감독들을 꺾고 챔프전에 가겠다"던 송영진 KT 감독(46)을 상대로 조상현 LG 감독(48)이 쌍둥이 동생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의 '대리복수'에 성공할지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이처럼 드러난 관전포인트 외에 숨은 관전포인트도 있다. '파스코의 저주', '복수혈전'. 2개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조상현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 2위 경쟁이 치열할 때 선수 시절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파스코 사건'을 언급한 적이 있다. LG에서 선수로 뛸 때 '파스코 사건'을 겪은 이후 공교롭게도 LG가 포스트시즌에서 번번이 실패했는데, 올 시즌에는 꼭 성공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파스코 사건'은 국내 농구사에서 희대의 비극으로 남을 아픈 기억이다. 하필 사건 발생 당시 상대팀이 KT의 전신 부산 KTF였다. 2006~2007시즌 4강 PO 3차전, 당시 LG의 특급 용병으로 활약해오던 퍼비스 리 파스코가 상대의 거친 수비에 흥분한 나머지 매치업 상대에 이어 심판에까지 폭력을 휘둘렀다. LG 구단은 즉각 사과 성명과 함께 시리즈 도중 파스코를 퇴출시켰고, 한국농구연맹(KBL)은 영구제명 극약처방을 내렸다.
결국 1승3패로 4강 탈락한 LG는 이후 2022~2023시즌까지 8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번번이 성공하지 못했다. 2007~2008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4회 연속 6강에 진출했지만 1승3패(2008~2009시즌) 한 번을 제외하고 모두 '스윕'패배였다. 2013~2014시즌 구단 사상 첫 정규 우승에 이어 13년 만에 챔프전에 올랐지만 현대모비스에 2승4패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시즌에는 아셈 마레이 효과로 정규 2위를 하고도 마레이가 부상 이탈하는 바람에 4강전에서 서울 SK에 3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하필 포스트시즌에 발생한 '파스코의 사건' 이후 흑역사가 이어지니 '저주에 걸린 게 아니냐'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있다. '파스코 사건' 이후 LG가 PO 시리즈에서 KT를 만난 게 2번이었는데, 모두 이겼다. 2013~2014시즌 4강전 3연승, 2018~2019시즌 6강전서는 3승2패로 승리하는 등 KT만 만나면 피가 끓었다.
그만큼 KT는 이번에 '복수혈전'을 벼르고 있다. 지난 2회 연속 LG와의 PO 시리즈에서 분루를 삼켰던 기억을 차치하더라도 당장 올 시즌 정규리그 막판 LG에 당하면서 생긴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KT는 5라운드 중반까지만 해도 2게임 차 2위를 달리고 있었지만 LG와의 5, 6라운드 맞대결에서 연패한 게 결정타로 작용하면서 정규리그 최종 2경기를 남겨 놓고 LG와의 2위 경쟁에서 역전당했다.
'파스코 사건' 당시 '선수' 조상현은 LG, 송영진은 KT 소속이었다가 감독으로서 첫 PO 대결을 한다는 점도 드문 '악연'이다. 그런 두 감독은 "잘 만났다. 이번에는 어림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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