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밉상과 열정은 정말 한 끗 차이.
KBO리그가 뜨겁다. 가지각색의 이슈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 주만 봐도 그렇다. 심판들의 판정 조작 사건으로 충격타가 몰아쳤는데, SSG 랜더스 최정의 홈런 신기록 도전과 골절상 발표 번복 등으로 묻혔다. 여기에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깐족, 밉상' 논란이 야구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황성빈은 18일 LG 트윈스전에서 양팀의 벤치 클리어링 유발자가 됐다. 6번의 피치클락 위반, 사구를 의도한 동작 등도 있었지만 결정적이었던 건 파울 타구를 치고 전력질주를 한 후, 천천히 걸어 타석에 돌아와 LG 투수 켈리와 더그아웃에 있던 선수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애매하다. 황성빈 입장에서는 전력질주 후 다음 타격 전 숨을 고르기 위해 걸어올 수 있다. 그리고 파울이든 페어든 끝까지 열심히 뛰는 게 프로의 자세니 이 상황으로 욕을 먹는 게 억울할 수 있다. 반대로 상대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파울이 될 걸 알면서도 괜히 뛰고, 시간을 끄는 게 밉다고 볼 수도 있다.
잘잘못을 떠나, 중요한 건 황성빈이라 이슈가 된다는 게 중요하다. 다른 선수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켈리가 그렇게까지 불편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외국인 투수에게도 황성빈은 '밉상' 이미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의 행동이 좋지 않게 보이는 것이다.
이는 황성빈이 자초한 부분이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2022 시즌. 그의 캐릭터는 확실했다. 전력질주, 투지 이런 단어 등으로 표현이 됐다. 하지만 지나친 부분들이 있었다. 자신의 안타를 만들기 위해 상대 야수의 부상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듯 배트를 던진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안타, 타점, 득점 후 세리머니도 지나치게 자극적일 때가 많았다. 올해는 KIA 타이거즈 베테랑 투수 양현종과의 신경전으로 전국구 스타가 됐다. 1루에서 도루를 위한 스킵 동작을 하는 건 주자로서 당연한 권리인데, 그게 분명 '깐족'처럼 보였다. 본인은 '열심'이라고 설명했지만 10명이 봤을 때 8~9명이 '깐족'쪽으로 느낌을 갖는다면 이는 분명 황성빈이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다.
몇몇 선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미 타구단 선수들 사이에 황성빈의 이미지는 똑같이 박혀있다고 한다. 그럼 같은 플레이, 행동을 해도 더 오해를 사기 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터질 때마다 사과나, 주의하겠다는 메시지보다 "나는 그저 내 플레이 열심히 하는데 왜들 그러느냐"는 식의 반응이 나오니 상대를 더 자극할 수 있다.
황성빈은 19일 KT 위즈전 선발로 나와 결정적 1타점 3루타 포함, 멀티히트에 3출루 경기를 하며 팀의 4대3 역전승을 이끌었다. 깐족, 밉상 플레이 전혀 없이 깔끔하고 멋있게 야구를 했다. 이 모습이라면 누구도 황성빈에게 뭐라 안한다. 황성빈이 눈여겨볼 롤모델이 있다. 바로 키움 히어로즈 이용규다. 이용규도 전성기 시절부터 상대 투수들을 정말 힘들게 한 선수다. 일명 '용규놀이'로 집요하게 커트를 해냈다. 상대 투수들이 10개 이상의 공을 던지는 게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런 이용규를 두고 속마음은 얄미웠겠지만, 나쁜 플레이라고 비판한 선수가 있었을까. 없었다. 이를 두고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면, 그 선수가 자질과 인성 부족이라 지탄을 받았을 것이다.
황성빈은 "앞으로도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만 상대팀에 오해를 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맞는 것 같다.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아주셨으면 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롯데 관계자도 "황성빈이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지만, 속으로는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황성빈이 앞으로 노력을 하겠다고 했으니, 이제 색안경만 끼지 말고 좋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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