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겁 없는 신인, 신인상 경쟁 다크호스로 떠오르나.
지켜보니 시원시원하다. '신인의 패기'라는 말과 딱 어울리는 당찬 투구였다. 두산 베어스 고졸 2년차 투수 최준호가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엄청나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황준서(한화) 전미르(롯데)가 주목을 받은 이번 시즌 신인상 레이스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잠재력과 배짱이다.
최준호는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에 선발로 등판, 5이닝 2안타(1홈런) 6삼진 1볼넷 1실점 쾌투를 펼쳤다. 2회 박건우에게 솔로홈런을 맞은 게 옥에 티였지만, 그 외에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피칭을 했다. 데뷔 첫 선발경기였기 때문에 두산 벤치는 5이닝, 투구수 67개에서 끊어줬다. 직구 최고구속은 151km. 대부분 140km 중후반대에 형성됐다. 슬라이더와 스플리터의 구위, 제구도 훌륭했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배짱이 대단했다. NC에는 박민우, 손아섭, 박건우 등 KBO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타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전혀 주눅들지 않은 모습으로, 한가운데만 보고 자신의 공을 뻥뻥 뿌리는 느낌이었다. 보통 신인 선수들이 대타자들을 만나면 도망가다 볼넷을 내주기 바쁜데, 이날 볼넷은 5회 2사 후 8번 김형준에게 내준 게 유일했다. 그래서 박건우에게 내준 홈런도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147km 직구 초구를 자신있게 던졌는데, 박건우가 잘 받아친 것이다. 이날 유일한 아쉬움은,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는 것 뿐이었다.
첫 선발 등판까지 사연이 재밌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였다. 지난해 북일고를 졸업하고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첫 시즌은 팔꿈치 부상 등으로 인해 데뷔전을 치르지 못했다.
프로 데뷔전을 엉겁결에 치렀다. 지난 17일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처음 1군에 등록됐다. 이날 두산 선발은 브랜든이었는데, 경기 전 갑자기 허리 통증을 호소해 선발이 김호준으로 긴급 교체됐다. 갑작스럽게 등판한 김호준이 초반 난타를 당했다. 그렇게 두 번째로 올라온 선수가 최준호. 데뷔전 4⅓이닝 8안타 4실점했다. 홈런을 3개나 맞았다. 하지만 삼진도 6개를 잡았다.
최준호는 이 경기 후 조웅천 코치에게 "나이스 볼"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주눅들지 말고 자신있게 던져"라는 이승엽 감독과 조 코치의 미션을 그대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최준호에게 선발 기회를 준 이유에 대해 "좁은 라이온즈파크에서도 대선배들을 상대로 본인의 피칭을 했다. 안타, 홈런을 맞고 안맞고를 떠나 본인이 던지고자 하는 공을 던졌다는 게 우리 코칭스태프에 큰 점수를 받았다. 오늘도 결과는 뒤로 제쳐두고 자기 공을 던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첫 선발 등판의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또 자신있게 NC 선배들과 맞서 싸웠다. 이날은 성적까지 완벽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최준호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최고의 투구를 했다.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모습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변화구의 위력도 좋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두산은 5선발 김동주가 부진으로 엔트리에서 빠졌다. 4선발 최원준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새로운 선발 요원이 간절하다. 그러는 와중에 최준호라는 히든카드기 튀어나왔다. 이 감독의 반응만 봐도, 앞으로 그에게 꾸준한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준호도 "선발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공격적으로 던질 것"이라고 화답했다.
선발진에 정착해 착실히 승수를 쌓는다면, 신인상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 지난 시즌 등판 기록이 없어 신인상 수상 자격이 있다. 지금 가진 구위와 멘탈이면 승리는 충분히 따라올 수 있다. 황준서와 전미르가 잘하고 있지만, 그들도 기록적으로 확실히 앞서나가지 못하고 있다. 역전이 가능하다.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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