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뭘 덜어냈는지 모르겠는 유아인의 분량과 12부작의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이다.
회당 60분, 12부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정성주 극본, 김진민 연출)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200여 일을 앞둔 한반도에서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최근 기대되는 공개작들에 온라인 스크리너를 미리 제공했던 넷플릭스였지만, 이번에는 공개를 철저히 감췄다. 마약 혐의로 인해 작품의 공개를 미루게 만들었던 유아인의 사실상 복귀작이기 때문일 터. 유아인은 지난 2020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서울 일대 병원에서 181차례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지난 2021년 5월부터 2022년 8월까지 44차례 타인 명의로 수면제 1100 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받는다. 공범인 지인 최모 씨등 4명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있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진민 감독은 이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제작발표회에서 "아인 씨 이슈 때문에 손을 봐야 하고, 시청자들이 불편하실 것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제 시간을 잡아먹고 제가 힘들고 생각할 게 훨씬 많겠지만, 시청자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부분을 손을 댔고 분량 부분도 손을 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네 명의 친구라는 큰 축이 있기에 그 부분을 다 드러낼 수 없었다는 부분에서는 양해 말씀을 부탁드린다. 보실 때 많이 불편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것은 저의 바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유아인의 분량을 최대한 덜어내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주인공인 진세경(안은진)의 남자친구인 하윤상을 연기했고, 또 생명공학연구소 소속 실험조교로서 활약했던 만큼 극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다수 담당했다. 그의 서사 역시 극에서는 중요한 부분이라 빠질 수 없던 부분도 분명 있었다.
유아인의 부분이 다소 길고 많다고 느껴지는 것도 당연했다. '종말의 바보'는 12부작이라는 다소 긴 분량으로 인해 지루함을 유발해왔기 때문. 다이내믹한 아포칼립스물을 설정하기보다는 휴머니즘을 그려내면서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범죄 조직에 노출된 아이들을 구하려는 세경과 인물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부각됐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 총소리가 난무하는 액션신으로 그리기보다는 감성호소 방식을 활용했다. 이에 아포칼립스물의 급박한 호흡을 기대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실망할 포인트다.
여기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포인트들도 다수 등장한다. 데이터센터의 폭파 이후 통신 장애와 동영상 송출 등이 막혀있다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해적 라디오를 통해 동영상을 송출거나 실시간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 등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뿐만 아니라 허술한 설정은 다수 존재하는 바. 최근 '디테일'한 이야기들에 열광해왔던 시청자들이 '종말의 바보'에 매력을 느낄지도 의문이다.
다만, 배우들의 열연은 '종말의 바보'를 끝까지 지켜보는 데 힘을 보탰다. 이미 '연인' 전에 이 작품을 촬영했던 안은진은 '연인'에서의 성공이 헛것은 아닌 듯 탄탄한 내공을 보여줬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만 바라보고 간다는 선생님 진세경의 서사는 위기 상황 속에서 이해받기 어렵고, 자칫하면 민폐 캐릭터가 될 수 있기도 한 바. 안은진은 처음부터 끝까지 확고한 눈빛으로 이를 표현하면서 설득력을 부여했다.
'빠놓고 갈 수 없던' 유아인의 연기도 덜어내기 어려웠을 제작진의 심정이 이해가 될 정도. 그러나 작품 외의 상황이 계속해서 떠오른다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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