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경찰청 시절이던 2018년 퓨처스리그 홈런왕 이성규(31). 71경기에서 무려 31홈런을 날렸다.
큰 기대 속에 삼성 라이온즈로 복귀했다. 2020년 데뷔 후 처음으로 두자릿수 홈런을 날렸다. 전성기가 본격화 되나 했다.
하지만 부상 이후 복귀한 최근 2년 간 혼란에 빠졌다.
삼진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려다 시행착오를 겪었다. 2시즌 동안 홈런은 단 1개. 지난해 타율도 2할7리, 홈런은 단 하나에 그쳤다. 시범 14경기에서 5개의 홈런으로 시범경기 홈런왕에 오르며 한껏 기대를 모았던 시즌이라 실망감이 더욱 컸다.
큰 위기감 속에 맞은 2024시즌. 김재혁 윤성빈 등 젊은 외야수들의 도전 속에 생존 문제가 됐다.
팬심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서른이 넘은 나이. '이제 늦은 것인가' 회의가 들 무렵 반전 드라마가 탄생했다.
시즌 초반 한정된 기회 속에서 주춤하던 이성규는 4월 중순부터 대폭발 했다. 특유의 한방을 앞세워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4일 NC전 생애 첫 멀티홈런이 신호탄이었다.
이후 14경기에서 3할5푼1리 타율에 5홈런 13타점. 13안타 중 홈런이 5개, 2루타가 3개로 8개가 장타다. 장타율이 무려 0.838에 달한다.
운동을 하도 많이 해 멋지게 다져진 전완근을 씰룩이며 전광석화 같은 스윙은 이성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삼진도 많지만 그렇다고 갖다 맞히는 스윙은 사절이다. 언제든 시원시원하게 돌리고 들어온다. 풀스윙 속 배트에 스치면 장타가 터지니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는 무섭지 않을 수가 없다.
5월의 첫 날, 봄날의 잠실 구장 밤하늘도 이성규의 한방이 아름다운 아치를 그렸다.
두산전, 브랜든-이호성 선발 매치업이 불리해보였지만 이호성의 호투와 타선의 후반 집중력으로 9대2 대승을 이끌었다.
7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이성규는 2회 첫 타석에서 브랜든의 슬라이더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두번 당하지 않았다. 5회 선두 타자로 나와 슬라이더를 힘차게 당겨 좌전안타를 날렸다.
2-2 동점을 만든 6회 무사 만루 찬스에서는 바뀐 투수 최지강의 투심을 깨끗한 중전 역전 결승 적시타로 연결지었다. 끝이 아니었다. 6-2로 앞선 7회 2사 12,루에서는 김명신의 높은 커브를 찍어치듯 거침 없는 스윙으로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괴력을 과시했다. 쐐기 3점 홈런. 이성규의 시즌 5호 홈런이었다.
괴력의 쐐기포 한방에 덕아웃에 잔치가 벌어졌다.
삼성 박진만 감독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고, 옆자리 이병규 수석 코치도 이성규의 찍어치기 스윙을 따라하며 흥겨움을 감추지 못했다. 캡틴 구자욱, 고참 강민호, 김헌곤 등 베테랑과 신예 구분 없이 제 일 처럼 기뻐했다. '착한 남자' 이성규의 성실한 노력의 결실임을, 또한 너무나도 힘들었던 시간의 무게를 떨친 결과임을 알기에 진심 어린 축하를 해줄 수 있었다.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고 방향성을 잡은 현재. 반짝 활약이 아닐 공산이 매우 높다.
발상의 전환. 삼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쳤다. 선수의 말은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싣는다.
"생각을 또 바꿨어요. 저는 단타를 치고. 갖다 맞히고 이런 타자가 아니니까 삼진은 자연스럽게 따라 오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처럼 삼진 먹으면 안 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버린 것 같아요."
시행착오 끝 가장 편안했던 타격 폼으로 돌아왔다. 가장 많은 10개의 홈런을 쳤던 2020년 버전이다.
"예전 홈런 10개 쳤던 2020년도 그 때의 타격 폼으로 돌아온 게 제일 큰 것 같아요. 경기를 계속 나가다 보니까 결과가 나오고,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니까 변화구 대처도 잘 되는 것 같아요."
거포 이성규의 거침 없는 풀스윙. 유망주의 성장도 의미 있지만, 포기 없는 노력으로 활짝 피운 늦게 핀 꽃의 아름다움도 야구를 통해 보는 인생의 한 단면이 아닐까 싶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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