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김상식 베트남 축구 A대표팀 감독(48)의 시대가 개막했다. 김상식 전 전북 감독은 지난 3일 공석인 베트남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됐다. 올해 5월부터 2026년 3월까지 2년 계약에 월급 2만달러(약 2700만원)를 받는 조건이다. 전임 필립 트루시에 전 감독의 3분의1, 박항서 전 감독의 2분의1 수준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최원권 전 대구 감독을 비롯한 3명의 한국인 코치와 함께 베트남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겸임할 예정이다. 지난 3월 트루시에 감독을 경질한 베트남축구협회(VFF)는 새로운 사령탑 선임 기준으로 정한 "문화, 비판에 대한 관용, 차이에 대한 수용"에 꼭 들어맞는 지도자로 베트남 축구 사상 최전성기를 이끈 박 감독과 같은 국적인 김 감독을 최종 낙점했다.
'무조건적인' 2년 계약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VFF는 장기 계약을 맺은 트루시에 전 감독 체제에서 팀이 11경기에서 10패를 당하고, FIFA랭킹이 20계단 가까이 추락하는 최악의 부진에 빠진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당장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진출이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2024~2025시즌 아세안축구연맹(AFF) 컵, 2025년 동남아시안게임 준결승 진출, 2026년 U-23 아시안컵 본선 진출 등과 같은 세부적인 '미션'을 던졌다. 대회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을 검토한다는 것으로, 계속해서 '중간 평가'를 받는 셈이다.
모든 선임 절차를 마무리한 김 감독은 5일 베트남 하노이 국제공항에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항데이 경기장으로 달려가 베트남 V리그 경기를 관전했다.
김 감독에겐 새롭고 쉽지 않은 도전이다. 베트남에는 여전히 박 감독의 그림자가 남아있다. '쌀딩크'로 불린 박 감독은 2018년 U-23 아시안컵 준우승, 2018년 AFF컵(스즈키컵) 우승, 2019년 아시안컵 8강 진출, 2022년 카타르월드컵 3차예선 진출 등을 이끌었다. 베트남 매체 바오 탄 니엔은 6일 "박 감독이 남긴 그림자는 모든 비교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또 "박 감독은 베트남에 부임하기 전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도와 월드컵 4강을 차지한 것이 유일한 성과였다"며 "국가대표팀을 지휘한 경험이 없는 김 감독에게도 어려운 시험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은 위대해지기 전엔 무명"이라며 뚜껑을 열어봐야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트남 현지에선 김 감독이 베트남에서 어떤 축구를 펼칠지, 박 감독처럼 선수들을 잘 아우를지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베트남 대표팀은 전북처럼 수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팀이다. 베트남 매체 바오 단 트리는 "김 감독은 트루시에 감독이 추구한 (볼점유율을 강조한)주도적인 스타일을 물려받을 필요가 있다. 박 감독의 축구는 수비가 지나치게 두터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전북 사령탑 시절 '은사' 최강희 감독의 스타일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뛰어넘는 '화공(화끈한 공격)'을 앞세워 2021년 K리그1 우승, 2022년 코리안컵 우승을 이끌었다. 2023시즌 초반 부진으로 팬들의 퇴진 압박을 받은 뒤 5월초 물러나 야인으로 지냈다.
김 감독의 데뷔전은 6월 6일 하노이에서 펼쳐지는 필리핀과의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5차전이 될 전망이다. 11일엔 이라크 바스라에서 이라크와 6차전을 치른다. 베트남은 앞선 예선 4경기에서 1승3패 승점 3점에 그치며 3위에 처져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2위 인도네시아(7점)와 4점차라 뒤집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2차예선은 각조 상위 1~2위팀이 3차예선 티켓을 따낸다. '식사마'의 본격적인 시험대는 동남아시아 팀들이 참가하는 2024~2025 아세안축구연맹컵이 될 전망이다. 베트남은 월드컵 본선 진출보단 동남아시아 패권을 다시 찾는데 관심이 더 높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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