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타구 하나 결과에 1달이 달라질 수 있다니까요."
잠실구장은 '한국야구의 성지'다. 한국야구의 숱한 역사가 만들어진 곳이고, 전국에서 규모도 가장 크다.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 그라운드가 엄청나게 넓다. 중앙 펜스까지 무려 125m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장들이 관중석 스케일이 커 커보이는데, 단순 그라운드 크기로만 따지면 잠실을 이기는 구장이 거의 없다.
그라운드가 넓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느냐, 홈런을 치기 어렵다는 뜻이 된다. 잠실에서 홈런을 치려면 다른 구장과 비교해 비거리가 5~10m 정도 더 날아가야 하는데, 말이 쉽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1년 144경기, 그 중 절반인 72경기를 홈경기로 치르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선수들은 그래서 홈런왕이 되기 어렵다. 72경기 뿐 아니라 서로 맞대결 절반 원정도 결국 잠실에서 치르니 더욱 불리하다.
잠실에서 홈런을 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그게 타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두산 캡틴 양석환이 들려줬다. 양석환은 2014년 LG 입단 후 두산 이적까지 줄곧 잠실만 홈으로 쓴 선수다. 그래도 두산 이적 후 2021 시즌부터 3년 연속 28-20-21홈런을 치며 올시즌을 앞두고 총액 78억원 FA 대박을 터뜨렸다.
양석환은 올해 7개의 홈런을 쳤다. 그 중 잠실에서는 달랑 1개 쳤다. 무려 20경기를 했는데 말이다. 대전 원정에서는 3경기 3홈런이다.
양석환은 지난주 잠실에서 1주일을 보냈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3연전에 이은 LG와의 원정 3연전 일정이었다. 1일 삼성전부터 4일 LG전까지 4경기 연속 무안타로 죽을 쒔다. 그 전 4월23일 NC 다이노스전부터 30일 삼성전까지 4월 말에는 5홈런 13안타를 몰아치며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왜 롤러코스터를 탔을까.
양석환은 "지난주 삼성 첫 경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원태인을 상대로 124m 센터 플라이를 쳤었다. 그 때부터 밸런스가 깨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양석환은 그 경기 3번째 타석 호투하던 원태인을 상대로 정타를 만들었는데, 잠실구장 중앙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다. 다른 구장이었으면 99.9% 홈런이 타구였다. 이렇게 손맛 좋은 타구가 홈런이 아닌 아웃이 되면, 심리적으로 매우 흔들린다고 한다. 그리고 홈런이 되지 않아 팀도 패했었다. 여러모로 타격이 많았다.
양석환은 "잠실은 매년 느끼지만 정말 크다는 생각만 든다. 타구 하나가 넘어가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그 뒤 1주일이 힘들어질 수 있다. 결과가 좋으면 기분 전환이 돼 1주일, 1달이 좋아질 수도 있다. 잠실을 쓰는 타자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양석환은 이어 "잠실에서 2연속 3연전, 1주일 경기를 하면서 결과가 안좋으면 밸런스가 다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구장을 옮기는 등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이번주 딱 운좋게 내가 잘하는 고척에 와 기분 전환이 됐다"고 설명했다. 양석환은 7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첫 경기 3안타 3타점을 몰아치고, 8일 두 번째 경기에서는 6회 결승포를 터뜨렸다.
그런데 고척돔도 홈런 치기 어려운 구장으로 꼽힌다. 중앙 펜스까지 120m지만 외야 펜스가 나름 높고, 바람 도움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잠실 공포에 빠진 양석환에게 고척돔은 그저 '땡큐'다. 그는 "잠실을 홈으로 10년 쓰다보면 고척 외야 펜스는 가까워 보인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웃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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