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누가 무슨 이유로 이 같은 일을 벌이는지 반드시 배후를 밝혀내겠다"
낙하산 MC 논란 및 프로그램 폐지 통보 논란에 휩싸인 KBS 1TV 간판 역사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 대해 KBS PD들이 배후를 꼭 밝혀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본관에서 KBS 1TV '역사저널 그날' 긴급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을 비롯해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 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이 참석했다.
KBS 간판 역사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 2013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10년 간 방송을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 지난 2월 프로그램 종영 후 재정비 기간을 갖던 도중 사측이 전 KBS 아나운서 조수빈을 MC로 밀어붙이려다 무산되자 갑작스레 프로그램 폐지 통보를 알려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 지난 13일 '역사저널 그날'의 신동조, 김민정, 최진영, 강민채 PD는 13일 성명을 내고 "4월 30일로 예정된 개편 첫 방송 녹화를 3일(업무일) 앞둔 4월 25일 저녁 6시 30분쯤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을 통해 조수빈 씨를 '낙하산 MC'로 앉힐 것을 최종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MC와 패널, 전문가 섭외 및 대본까지 준비를 마치고 유명 배우를 섭외해 코너 촬영도 끝낸 시점이었는데 본부장이 비상식적인 지시를 내린 것"이라면서 "이후 녹화는 2주째 연기됐고 지난 10일 무기한 잠정 중단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조수빈 소속사는 "진행자 섭외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날 기자회견 자리에서 김은곤 KBS PD 협회 부회장은 "조수빈 측이 스케줄 상 불참 통보를 '역사저널 그날' 부장에게 했다. 공식 섭외를 받은 적 없다는 사람이 출연 불가 통보를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은 "3달 동안 공을 들인 끝에 재정비를 마쳤는데 제작진의 의견은 무시된 채 제작 중단 및 제작진 해산이란 사태를 맞았다. '역사저널 그날'을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면서 "그간 준비해왔던 과정 그대로 '역사저널 그날' 제작이 재개되길 강력히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애진 언론노조 KBS 본부 수석부위원장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그는 "프로그램 제작에만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 제작진들이 여러 외압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애를 쓰고 있다. 단순히 '프로그램에 대한 권한이 나에게 있다'는 논리만을 내세우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화가 나는 지점은 수 년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2500원씩을 지불하고 권력이나 자본에 휘둘리지 말라는 숙제를 받은 공영방송이다. 프로그램은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할 말이 있다면 프로그램 제작 과정서 제작 논리로 철저히 이야기하길 바란다"고 했다.
기훈석 언론노조 KBS 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은 "KBS에 재직한 지 22년 차가 됐다. 그간 여러 외압과 황당한 요구들을 받아왔지만 이번과 같은 사례는 전무했다. 누가 어떤 이유로 누구의 청탁을 받고 이러한 행동을 하는 지 모르겠다"면서 "'역사저널 그날'은 KBS에서 10년 넘게 방영된 대표 장수 프로그램이다. 평소 제작진들은 내부에서 '논란 제로'를 구호로 외칠 정도로 각종 논란을 피하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고 제작진들 가운데 노조 간부도 전혀 없다. 그런데 이렇게 무리한 'MC 꽂아 넣기'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녹화 3일 전에 MC를 교체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MC 교체는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이미 기사 작성이 완료됐는데 송고되기 5분 전에 기존과는 전혀 반대로 기사를 작성해내라고 하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본부장을 제외한 KBS의 모든 간부가 조수빈 씨의 MC적격성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이정도 반대 의견을 내는 것도 이례적인데 대체 왜 이렇게 밀어붙이는 지 의문이다. (여러분도) 유명 배우와 조수빈 씨와의 차이는 아실 것"이라면서 "그간 수많은 외압이 있어왔지만 적어도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해줬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직 기강'이라는 논리만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무리수를 왜 두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일차적으로는 '역사저널 그날' 프로그램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며 배후를 밝히는 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BS PD협회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낙하산 MC인 조수빈 씨를 제작진이 거부하자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프로그램을 없앨 정도의 힘이 있는 출연자는 듣도 보도 못한 일이며 이 결정이 누구의 결정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협회는 "초유의 사건 속에서도 제작진들은 프로그램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시청자와 KBS의 소중한 자산인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한 마음만이 간절하다"면서 "책임질 자는 책임지고, 프로그램은 살려내라"고 호소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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