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라건아 딜레마? 다시 시작.'
남자프로농구 비시즌기의 최대 관심사였던 라건아(35)의 신분이 외국인 선수로 결론났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17일 제7차 이사회를 열고 라건아의 신분을 논의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2012년 울산 현대모비스에서 KBL리그에 데뷔한 라건아는 2018년 특별귀화 심사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국가대표팀에서 귀화선수로 활약해왔다. 국내 리그에서는 전력 불균형 등 문제로 인해 사실상 외국인선수로 분류돼 3년 계약을 총 2차례 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모비스에 이어 이번에 부산 KCC에서 총 6년의 계약기간을 모두 완료함에 따라 그의 신분 정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대표팀에서의 공헌도, KBL 리그 흥행 공로 등을 감안해 일반 국내선수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10개 구단이 머리를 맞댄 이사회에서는 큰 이견 없이 국내선수로의 전환은 무산됐다. 예견된 결과였다. 라건아를 국내선수로 인정하기에는 구단간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게 많았다. 무엇보다 라건아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국내선수로는 너무 월등했다. 2023~2024시즌 플레이오프에서 KCC가 챔피언에 등극하는 과정에서 입증됐듯, 라건아는 'PO 보증수표'라는 옛 명성을 입증했다. 정규리그때 밋밋했던 활약과 비교하면 계약 종료를 의식해 포스트시즌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라건아가 국내선수 2명 몫 이상을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 라건아가 국내선수로 분류돼 특정팀에 입단하면 나머지 9개팀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경계하기 십상이다. 특별 드래프트를 할 것인지, 완전 자유계약(FA)을 풀 것인지 등 입단 방식을 정하는데도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연간 13억원(연봉+부대비용 포함) 가량의 인건비가 부담이다. 나이를 감안해 줄이더라도 기존 국내선수 최고 연봉에 육박할 뿐 아니라 샐러리캡을 맞출 수가 없다.
라건아는 외국선수로 제2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고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알리제 존슨을 이미 미국으로 돌려보낸 KCC는 라건아와 재계약보다는 새로운 용병 조합으로 판을 짤 계획이다. 그동안 라건아 보유로 인한 샐러리캡 제한 때문에 타 구단 대비 '급' 떨어지는 용병으로 고생했던 아픈 경험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다.
그럼 다른 구단들이 라건아를 영입해야 하는데 녹록하지 않다. 현행 외국선수 규정에 따르면 팀당 2명의 외국선수 샐러리캡은 80만달러(1인 최대 60만달러)다. 최대 60만달러를 줘야 하는 '1옵션' 용병으로 라건아를 선택하는 건 커다란 모험이다. 지난 시즌 '부러운 1옵션'으로 평가받은 패리스 배스(29·KT), 디드릭 로슨(27·DB), 게이지 프림(25·현대모비스) 등을 보더라도 20대 젊은 선수를 선호하는 추세다. 종전 최고 용병인 자밀 워니(30)도 20대 중반인 2019년 SK에 입단해 황금기를 보냈다.
결국 라건아가 국내 잔류를 희망한다면 선택지는 '2옵션'이 유력하다. 라건아가 "'2옵션'도 괜찮다. 한국서 은퇴하고 싶다"는 뜻을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라건아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연봉 대폭 감소도 감수해야 하는 데다, '2옵션' 라건아에 맞는 환경을 맞춰줘야 해서 실현 가능성에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라건아는 국내에서 안 되면 일본 등 해외리그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 외국선수 자격이라 해외 진출은 더 자유롭다. 한 구단 관계자는 "3년 전 특별 드래프트때 신청팀이 KCC 1곳뿐이어서 자동 계약이 될 정도로 라건아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다. '2옵션'을 찾는 구단들의 눈치작전 고민도 라건아 본인 못지 않게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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