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퇴사를 하려면, 투헬처럼'
부진한 성적 때문에 사실상 경질을 당할 것처럼 보였던 상황이 180도 뒤바뀌었다. 마치 대단한 업적을 남기고 팀을 떠나는 사람처럼 막대한 퇴직금을 챙겼을 뿐만 아니라 기타 조건에서도 후한 대우를 보장받았다. 토마스 투헬 감독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퇴사'하면서 큰 이득을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유럽 스포츠매체인 스카이스포츠 독일의 플로리안 플레텐베르크 기자가 21일(한국시각)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투헬 감독은 뮌헨을 떠나며 최소 1000만유로(약 148억원)의 보너스가 포함된 퇴직금을 받는다. 뿐만 아니다. 투헬이 데려온 코칭스태프 역시 1년 치 연봉을 보장받는다. 당초 계약 기간인 2025년 6월까지 책정된 급여를 정상적으로 받게되는 셈이다.
심지어 투헬 감독은 당장 다른 팀과 계약도 가능하다. 만약 다른 팀에 부임하더라도 1000만파운드의 퇴직금은 그대로 지급된다. 뮌헨이 2025년 6월까지로 돼 있던 계약을 파기하고, 투헬 감독을 경질했기 때문이다.
투헬 감독은 이번 시즌 뮌헨을 이끌며 최악의 시즌을 펼쳤다. 사실 지난 시즌에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시즌 마지막에 운좋게 리그 우승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에는 이런 행운이 따르지 않았다. 분데스리가 사상 최초의 '무패 우승 신화'를 작성한 레버쿠젠에 완전히 밀려 팀의 12시즌 연속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또한 DFB-포칼컵 우승도 놓쳤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탈락했다.
이런 성적을 낸 감독을 계속 신임할 수는 없었다. 뮌헨 구단은 투헬 감독과의 계약을 조기 종료하기로 일찌감치 결론 내렸다. 투헬 감독 역시 지난 2월경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뮌헨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이후 상황이 복잡하게 바뀌면서 투헬 감독의 발언권이 점점 커졌다. 원래 뮌헨은 투헬이 떠난 자리를 사비 알론소 레버쿠젠 감독에게 맡기려고 했다. 1순위였다. 그러나 알론소 감독은 큰 고민없이 레버쿠젠 잔류를 선언했다.
이때부터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후 율리안 나겔스만 독일 대표팀 감독, 랄프 랑닉 오스트리아 대표팀 감독, 한지 플릭 전 뮌헨 감독, 로베르토 데 제르비 브라이튼 감독, 에릭 텐 하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등이 계속 후보로 떠올랐지만, 모두 무산됐다. 다들 뮌헨 지휘봉을 잡지 않으려 했다.
그러자 뮌헨 구단은 다시 투헬 감독을 설득하는 카드를 꺼냈다. 마침 선수들도 투헬 감독을 지지하면서 좋은 선택지로 보였지만, 결론은 최악의 선택이었다. 구단의 입장이 바뀐 것을 눈치 챈 투헬 감독이 협상 테이블에서 강한 요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투헬 감독은 잔여 임기 1년에 그치지 않고, 계약 연장을 요구했다. '감독들의 기피구단'이 된 뮌헨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그러나 뮌헨은 투헬의 요구를 거절했다. 결국 협상은 완전히 결렬됐고, 투헬의 퇴임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위치가 바뀐 분위기다. 오히려 투헬 감독이 더 큰소리를 내며 챙길 것을 다 챙기고 팀을 떠나게 됐다. 투헬은 엄청난 퇴직금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의 연봉, 그리고 재취업 제한 금지 옵션까지 얻어냈다. 퇴사의 모범답안을 보여준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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