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우리 애가 이번에 군대 신검을 받는데 소견서 좀 써주세요!"
"쪼그려 앉기를 잘 못하는데 군생활 잘할 수 있을까요?"
50대 여성이 20대 초반 아들과 함께 내원했다. 아들은 평소 쪼그려 앉기를 잘 못하는데, 군대에 가면 아무래도 쪼그려 앉을 일이 많지 않겠냐며 걱정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상생활을 할 때는 쪼그려 앉기처럼 잘 안 되는 동작을 피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군대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 어머님과 아이가 걱정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보통은 큰 무리 없이 쪼그려 앉기를 잘하는 것이 정상이다. 아들이 쪼그려 앉기를 불편해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심한 통증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불편한 동작을 피하면서 지내왔다. 그런데 막상 군대 갈 때가 다가오니 불안해져 동네 병원에 가 봤지만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엑스레이를 찍어 봐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더 미칠 노릇이다.
쪼그려 앉기가 안 되는 이유는 종아리 근육이 짧은 '비복근 단축'이라는 질병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잘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킬레스건은 3개의 근육이 합쳐져서 생긴다. 무릎 후방 관절 바로 위에서 2개의 비복근(내외측)이 내려오면서 종아리에서 가자미근과 만나서 아킬레스건이 되어 발뒤꿈치에 붙는다. 이 3개의 근육이 발목을 구부리는 강력한 힘을 전달한다.
그런데 이 근육들이 잘 늘어나지 않으면 발목이 발등 쪽으로 일정 각도 이상 구부러지지 않기 때문에 쪼그려 앉기가 힘들다. 무릎을 약 90도 정도 접는 정도에서 더 이상 앉을 수 없거나 발뒤꿈치를 완전히 들어야 겨우 앉을 수 있다. 심한 경우는 쪼그려 앉다가 뒤로 벌러덩 넘어지기도 한다. 쪼그려 앉기가 많은 군대 생활이 걱정이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 질병이 있으면 일반적인 보행에도 문제가 생긴다. 걸음을 걸을 때 처음에는 뒤꿈치가 땅에 닿고 그 다음에 한발로 완전히 체중을 지탱한 뒤 체중이 앞으로 넘어가면서 뒤꿈치가 떨어진다. 이때 발목이 앞쪽으로 구부러져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니까 체중이 분산되지 못해 발목과 발등, 발가락에 과도한 부담이 생긴다. 어릴 때는 잘 몰라 그냥 넘기기 쉬운데, 나이가 들면 아킬레스건염, 족저근막염, 발목이나 발등의 퇴행성 관절염 등의 증상이 보통 사람보다 빨리 나타난다.
치료는 우선 스트레칭을 하여 종아리 근육을 늘려주어야 한다. 계단에서 발 앞쪽만 디디고 뒤쪽에 체중을 실어주거나, 벽을 양손으로 짚고 한쪽 다리를 뒤로 뻗어 근육을 늘려준다. 스트레칭에도 호전이 없으면 종아리 뒤쪽 근육을 늘려주는 수술을 시행한다. 비복근만이 문제인 경우는 비복근만 늘려주고, 가자미근까지 함께 문제인 경우는 아킬레스건을 늘려준다.
비복근 단축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치료하지 않고 오래 지나면 발목과 발에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는 선천성 질환이다. 스트레칭 또는 간단한 수술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으니 증상을 알아차리면 바로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겠다.
도움말=힘찬병원 족부클리닉 서동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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