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주자 3루다, 편안하게, 편안하게. 계속 되뇌었죠."
입단 3년차, 하위 라운드 순번, 군필. 가진건 빠른 발과 열정 뿐인 남자. 마음이 조급해질만도 하다.
그 와중에 데뷔 첫 타점 기회가 왔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롯데 자이언츠 김동혁(24)은 "점수차는 컸지만, 저한테는 한타석 한타석이 정말 소중하니까요. 인플레이 하나면 타점이잖아요"라며 떨리는 그 순간을 회상했다. 웃음띤 얼굴엔 아직 덜 풀린 긴장감이 남아있었다.
롯데가 13대4 대승을 거두며 시리즈 위닝을 확정지은 지난 2일 부산 NC 다이노스전.
7회초 대수비로 투입됐던 김동혁은 12-4로 앞선 8회말 첫 타석에 나섰다. 프로 통산 14번째, 올해 자신의 5번째 타석이었다. 앞서 4타석에선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박승욱이 2루타를 쳤고, 이어진 투수 보크로 1사 3루가 됐다. 김동혁의 타석이었다.
김동혁은 대주자-대수비를 주로 맡는 발빠른 외야수다. 이제 주전으로 올라선 황성빈 외에도 신윤후, 장두성 등 팀내 비슷한 유형의 경쟁상대가 많다.
장타를 치는 힘있는 선수도 아니다보니, 박빙이라면 찬스 때는 대타와 교체되기 마련. 흔치 않은 타점 기회였다. 김동혁은 야무지게 방망이를 다시 쥐었다.
볼카운트 2B2S에서 NC 전사민의 134㎞ 슬라이더를 통타, 우중간 적시타로 만들어냈다. 2022년 2차 7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이래 첫 1군 타점의 순간이었다.
"1구1구 최대한 집중했죠, 어떤 공을 칠 것인가, 어떻게 해야 삼진을 안 먹고 굴리든 치든 할 것인가 고민이 많았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기쁩니다."
김동혁은 입단하자마자 루키데이 행사도 치르기 전에 군대로 직행한 선수로 화제가 됐었다. 지난해 4월 만기전역한 뒤로 노력과 땀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시간을 보냈다. 그는 "준비를 진짜 잘해서 기분이 엄청 좋았는데, 시즌 들어가니까 경기가 안 풀리더라고요. 몸도 마음도 좀 지쳐있었던 게 사실이에요"라며 "1군에서 데뷔 첫 안타(5월 3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도 치고, 첫 타점까지 특별한 시즌이네요"라며 웃었다.
롯데 2군 선수들에게 '마황(마성의 황성빈)' 황성빈은 영웅이자 전설이다. 황성빈 자신의 표현대로, 활용 가능한 모든 외야수를 1군에 올려 테스트할 때 2군에 남아있던 2명 중 한명이 바로 황성빈이었다. 그랬던 선수가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며 한스텝 한스텝 성장, 당당히 주전 한자리를 꿰찼다. 올해는 홈런까지 4개나 칠 만큼 타격에 초점이 잡혔다.
"2군 선수들이 (황)성빈이 형을 진짜 좋아합니다. 후배들 생각도 정말 많이 해주고, 우리 마음을 잘 아니까 위로도 잘 해주고요. 밥도 많이 사줬습니다. 저랑 성빈이 형이랑 스타일이 비슷하잖아요. 상황에 맞는 대처법도 잘 알려주고, 진짜 저한테는 멘토예요. 너무 멋있어요."
김동혁은 "선배님들이 선수들 사기 올리려고 노력을 많이 하십니다.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 이렇게 와닿을수가 없어요"라며 밝은 미래를 다짐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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