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왕년의 '곰표 육상부'가 떠오른다. 코치진의 손길이 선수단에게 점점 녹아들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가 달라졌다. 도루 공동 3위(21개) '마황(마성의 황성빈)' 황성빈을 중심으로 뛰는 야구가 자리잡았다. 꼭 도루가 아니라도 주루플레이에 적극성과 탄력이 붙었다.
'조선의 4번' 이대호가 활약하던 시절 롯데는 팀 도루 최하위팀이었다. 이대호가 프로야구에 복귀한 2017년부터 은퇴한 2022년까지, 6년 사이 롯데는 4번이나 팀 도루 꼴찌를 기록했다. 4번 모두 팀 전체 도루 숫자가 60개를 겨우 넘기는데 그쳤다.
선수단 구성상 잘 뛰는 선수가 별로 없었고, 무리하게 뛰기보단 이대호나 전준우 등 중심타자들을 믿고 맡기는 야구를 했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빠진 2023년부터 롯데는 적극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노 피어(No Fear)' 주루플레이가 강조됐다.
지난해 롯데는 도루 101개로 전체 6위였다. 팀내 톱3는 안권수 김민석(이상 16개) 박승욱(15개)였다. 그 뒤를 황성빈(9개)이 따랐다. 모두 지난해에 처음 팀의 핵심 선수로 활약하며 빛을 보기 시작한 선수들이다. 전체 성공률은 70.6%로 약간 아쉬웠다.
올해는 더 뛴다. 지난해 롯데가 '과감하게' 뛰었다면, 올해는 보다 영리하게 뛰고 있다.
팀 도루 54개로 공동 5위를 기록중이다. 성공률도 76.1%로 한결 향상됐다.
꼭 도루가 아니라도 상대의 허를 찌르는 주루플레이로 점수를 따내는 모습도 늘었다. 5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선취점 상황이 그랬다.
3회초 2사 1,2루 상황에서 레이예스의 2루수 쪽 깊은 내야안타. 공을 잡은 KIA 2루수 김선빈의 스텝이 흔들리며 나뒹굴었고, 1루 송구가 빗나가며 세이프됐다. 베이스를 벗어나며 공을 잡은 1루수 이우성이 주춤하는 사이 고영민 3루 코치의 팔이 매섭게 휘둘러졌다. 2루 주자 윤동희가 그대로 홈까지 뛰어들여 그림 같은 선취점이 만들어졌다.
뛸 수 있는 선수와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는 코치의 호흡이 맞아떨어진 순간이었다. 올해 롯데 야구에서 자주 보이는 풍경이다.
5회 1사 2루 때는 레이예스의 깊숙한 타구가 KIA 우익수 나성범에게 잡혔다. 이때 태그업으로 3루에 도착한 고승민은 상대 송구가 늦어지는 사이 그대로 홈으로 내달려 세이프됐다. 주루하는 와중에도 놓치지 않은 집중력이 돋보였다.
7회에는 황성빈의 명불허전 주루플레이가 터졌다. 1사 후 번트 안타로 출루했고, 2루를 훔친 뒤 윤동희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김태형 감독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를 당시 두산 선수단은 정수빈 허경민 민병헌 등 야구를 잘 알고, 잘 뛰는 선수들로 구성됐다.
올해 롯데 코칭스태프는 김태형 감독을 축으로 김광수-김주찬-김민호-고영민-유재신 등 두산 출신들로 가득하다. 모두 현역 시절 도루에 일가견이 있었고, 은퇴 후에도 두산에서 작전 혹은 주루코치로 활약했던 인물들이다.
올시즌 롯데에는 이대호 최준석 시대 같은 거포가 없다. 대신 황성빈을 필두로 손호영 윤동희 고승민 레이예스 나승엽 박승욱 등 뛸줄 아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두산표 발야구가 순조롭게 거인 군단에 스며들 수 있는 이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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