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전 축구 국가대표 김신욱(36·키치)은 수비수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꿔 큰 성공을 거뒀다. 학창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꽃미남 스트라이커' 조규성(26·미트윌란)은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국가대표팀에 발탁되고, 유럽 진출의 꿈까지 이뤘다. 이렇듯, 다른 포지션을 맡은 선수가 공격의 재능을 뽐내 공격수로 전향하는 케이스는 더러 있지만, 공격수가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꾸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은퇴를 앞둔 노장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2001년생 센터포워드 허율(23·광주)의 센터백 변신은 놀랍다. 허율은 선수 본인이 직접 밝힌대로 축구를 시작한 이후 금호고를 거쳐 2020년 광주 프로팀에 입단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줄곧 최전방 공격수로만 뛰었다. 1m92의 탄탄한 피지컬을 장착해 등지는 포스트플레이에 능하고 파워풀한 왼발 킥 능력을 장착한 허율은 감독이라면 누구나 선호하는 유형의 공격수였다. 그랬던 허율이 지난달부터 갑자기 최전방이 아닌 최후방으로 주무대를 바꿨다.
지난해 톡톡 튀는 전술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언변으로 한국 축구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이정효 광주 감독이 22세이하 자원이 아닌 허율이 공격수로서 정체됐다는 판단으로 수비수 전향을 제안했고, 프로 4년차에 아직 '포텐'을 터뜨리지 못한 허율이 고민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4월 27일 수원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8라운드를 통해 센터백으로 데뷔한 허율은 지난 2일 서울전까지 총 3경기에 센터백으로 나섰다. '창'을 들고 상대팀 골문을 노려보던 선수가 '방패'를 들고 골문에서 가장 먼 지점에 서있다는 것 자체가 낯설 수밖에 없지만, 허율은 이 감독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호평할 정도로 새로운 옷에 잘 적응해가고 있다.
서울전(2대1)에서 센터백으로 데뷔승을 신고한 허율은 "공격수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겠지만, 프로에서 수비수를 경험할 기회가 주어진 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지션과 함께 개막 전에 세운 시즌 목표와 '연구 대상'이 바뀌었다고 허율은 말했다. "두자리수 득점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했었는데, 이제는 클린시트(무실점)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왼발잡이 장신 공격수 엘링 홀란(맨시티)의 영상을 챙겨보던 허율은 최근엔 맨시티 소속의 수비수 후벵 디아스, 나단 아케, 요수코 그바르디올, 그리고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의 영상을 챙겨본다고 했다. 로드리까지 '즐겨찾기' 하는 건 포지셔닝을 강조한 '정효볼'에선 센터백이 때때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센터백 허율'이 '공격수 허율' 보다 몸값이 5배는 더 올랐을 것이고, 국가대표로 발탁될 확률도 더 높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장신, 왼발잡이, 공격 마인드를 지닌 센터백의 희귀성 때문이다. 허율은 "센터백으로 고작 3경기밖에 안 치렀다. 10경기 정도 치렀을 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매 경기 성장한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내 에이전트는 허율이 센터백으로 자리잡으면 공격수와 수비수를 모두 맡을 수 있는 '이도류'의 독특한 입지를 구축해 시장 가치가 크게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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