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너무 행복하고 설렙니다.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하는데…"
동료들이 잇따라 프로 유니폼을 입을 때 홀로 남았다. 부모님의 품에 안겨 울컥한 눈물을 쏟아야했다.
뒤늦게 육성 선수로 프로무대에 입성했다. 그리고 현충일인 6일, 육성 꼬리표를 떼고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등번호부터 유니폼까지 새롭게 지급받았다. 꿈만 꿨던 1군 무대에 올라온 첫날, 곧바로 6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전 잠실구장에서 만난 키움 히어로즈 원성준(24)의 표정은 미소로 가득했다.
"어제 저녁 늦게 1군 올라간다는 얘길 들었어요. 선발출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최강야구' 동기들 연락할 시간도 없었어요. 감독님, 코치님들이 축하해주셨고, 부모님이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말씀해주셨어요. 오늘 선배님들, 또 (고)영우, (이)주형이(이상 23) 만나서 인사 나눴습니다."
원성준은 올시즌 2군에서 타율 3할1푼7리(60타수 19안타) 3홈런 1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99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도루 4개와 더불어 볼넷 15개, 삼진 14개도 눈에 띈다.
경기전 만난 홍원기 키움 감독은 "2군 성적도 좋았고, 지난 겨울부터 배팅에는 소질이 있는 선수였다. 어린 선수들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콜업했고, 선발로 우선 써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재능있는 선수들을 발굴하는 자체로 의미가 있다. ('최강야구' 출신이라는 관심이)선수들이 성장하는데도 도움이 되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자극이 된다. 굉장히 큰 동기부여가 될 거다. 눈물젖은 빵을 먹던 선수들이 지금 팬들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리그에서 뛰고 있으니까."
경기고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에서 낙방, 성균관대로 진학했다. 지난해 '최강야구' 트라이아웃에 지원해 유격수로 합격했다.
'최강야구'와 성균관대에서의 포지션은 유격수. 하지만 당시에도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됐다. 김성근 감독의 혹독한 조련과 1대1 특훈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2번째 신인 드래프트 도전에서도 고배를 마셨지만, 육성선수로 키움 유니폼을 입었다.
원성준은 고영우 정현수(롯데) 황영묵(한화) 등 드래프트에서 선택받고, 1군 맛까지 본 '최강야구' 동기들에 대해 "솔직히 부럽기도 했고, 그 친구들이 있어서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라며 힘들었던 시간을 돌아봤다.
홍원기 감독은 원성준의 외야 전향 소식을 전하며 "타격이 좋은 선수라 그 강점을 살리는데 초점을 맞췄다. 1군에서 타격 재능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내야 훈련을 받던 원성준이다. 외야수로 전향한지는 고작 2주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코너 외야는 좀 어렵고, 빠른발을 활용한 중견수 수비가 최선이라고.
원성준은 "제 생각보다 훨씬 빨리 1군에 올라왔네요. 내야는 수비가 우선인데, 그건 저보다 경쟁력 있는 선수가 많은 것 같습니다"라고 멋쩍어했다. 이어 "전 홈런타자가 아니니까 구장 크기가 크게 신경쓰이진 않습니다. 반대로 수비는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겠죠. 아무래도 1군 타구는 전혀 다르니까요"라고 덧붙였다.
"롤모델은 LG 홍창기 선배입니다. 저도 그런 선구안을 가진 리드오프가 되는게 꿈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후회 없이 뛰겠습니다. 항상 간절하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원성준은 이날 4회말 홍창기의 중견수 뜬공 때 공을 떨어뜨리며 데뷔 첫 실책을 기록, 아직 미숙한 수비를 드러냈다. 하지만 2회초 첫 타석에서 우익수 앞 안타를 치며 데뷔 첫 안타를 친데 이어 8회초 LG 최동환을 상대로 오른쪽 담장을 때리는 1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데뷔 첫 장타와 타점까지 신고, 차고 넘치는 잠재력을 과시했다.
잠실=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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