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 곳이 야구장이라고 믿기 힘든 풍경이었다. 외야에서 홈 뒤쪽 스카이박스까지, 수많은 관중들이 줄지어 이동했다. 시구에 나선 '대세 아이돌'을 보기 위해서였다.
9일 부산 사직구장.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가 현장을 찾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이번 7~9일 홈 3연전을 '바다시리즈'로 꾸몄고, 롯데칠성의 맥주 '크러쉬' 모델로 활동중인 카리나를 시구자로 초빙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카리나의 시구가 예정된 경기는 롯데와 SSG 랜더스가 맞붙는 주말시리즈 마지막 경기.
그런데 전날 경기가 우천 취소가 되면서 9일 일정이 더블헤더로 바뀌었다. 카리나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로선 이날 사인회를 오후 5시 일정으로 보고, 오후 8시 대구 팬사인회가 잡혀있는 상황.
다행히 당일 예보됐던 비는 심하게 내리지 않았다. 홈팀 롯데 측과의 최초 협의에선 '예정대로 5시(경기 시작 기준) 경기가 아니면 시구가 어렵다'는 입장이 전달됐다. 더블헤더는 오후 2시, 5시 시작을 디폴트로 일정이 편성되지만, 더블헤더 1차전이 끝나고 관중 퇴장과 입장 시간까지 고려하면 2차전이 예정대로 시작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시구 약속을 지키겠다는 카리나 측의 의지가 강했다. 다행히 1차전 경기가 평소보다 빠른 2시간 48분만에 끝났고, 관중들 역시 질서있는 퇴장과 자리 이동으로 협조했다. 2차전 시작시간은 오후 5시 50분으로 잡혔고, 카리나의 시구가 확정됐다.
1차전이 끝나기에 앞서 스카이박스에 자리잡은 카리나에게 관중들의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졌다. 이미 야구는 뒷전으로, 유리창 너머의 카리나를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테이블석 쪽으로 모여들었다.
카리나의 시구를 지도하고자 했던 롯데 선수들의 열망도 하늘을 찔렀다. 행운을 거머쥔 주인공은 2005년생 신인 박준우였다. 구단 관계자는 "신인 투수가 지도하는 모습이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박준우는 이날 시구 지도를 위해 김해 상동 2군 숙소에서 사직구장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 팀 동료들의 뜨거운 질투와 축하가 이어졌다는 후문. 카리나의 시구에 앞서 사직구장에는 '슈퍼노바'를 비롯한 에스파의 노래들이 잇따라 울려퍼지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윽고 시구 연습을 마친 카리나가 파울 지역에 모습을 드러내자 부산갈매기, 아파트 저리가라할 폭발적인 환호가 터져나왔다.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 속 카리나는 침착했다. 마운드보다 약간 앞쪽에서 던지긴 했지만, 정확하게 포수의 미트에 꽂아넣었다.
뜻밖의 광경이 펼쳐진 것은 그 다음이었다. 카리나는 스카이박스 대신 1루측 홈응원석 위쪽의 테이블석에 자리잡았다. 팬들의 환호에 손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이미 카리나의 좌석 앞쪽에는 많은 팬들이 자리잡고 있던 상황.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엄연히 경기가 진행중임에도, 야구장 곳곳에서 벌떡 일어난 팬들의 발길이 카리나 쪽으로 향했다. 호기심 가득한 어린 팬부터 큼직한 카메라를 움켜쥐고 직캠 촬영에 여념없는 열혈까지, 어느새 카리나의 좌석 앞쪽 통로와 근처 계단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카리나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뒤로도 수많은 팬들의 파도가 외야 먼곳에서부터 내야로, 또 내야에서 외야로 줄줄이 이어졌다. 카리나가 현장을 떠날 때까지 계속됐다. 야구장답지 않은, 하물며 야구에 죽고 못사는 사직구장임을 감안하면 더욱 보기드문 진풍경이었다.
이날 입장하지 못하고 카리나의 출퇴근길을 지킨 인파야 말해 무엇하랴. '진짜' 대세돌의 넘치는 존재감이 돋보인 현장이었다.
부산=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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