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분42초'면 충분했다. '대세' 배준호(21·스토크시티)는 이 짧은 시간 동안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6월 A매치는 한국 축구에 많은 것을 남겼다. 3차예선 톱시드를 확보하며 2026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양탄자를 깔았고, 잃었던 공수 밸런스와 포지션별 경쟁 구도를 되찾았다. 그 중 최대 수확은 단연 '스토크의 왕' 배준호의 발견이다.
떡잎부터 특출난 재능으로 평가받았던 배준호는 유럽 진출 첫 해인 올 시즌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데 이어 꿈에 그리던 A대표팀 첫 승선에 성공했다. 남다른 존재감으로 첫 A매치부터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6일 싱가포르전 후반 24분 교체투입되며 A매치 데뷔한 배준호는 후반 34분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화려한 출발을 알렸다.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올랐다. 11일 중국전, 배준호의 이름이 소개되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못지 않은 함성을 보냈다. 11일 중국전은 45초 출전에 그쳤지만, 한국축구의 미래로 인정을 받았다.
김도훈 임시 감독은 "배준호는 이번에 처음으로 함께 운동했는데, 잠재력이 굉장하다고 느꼈다. 특히 공을 멈추지 않고 움직이면서 경기하는 새로운 유형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고 했다. 손흥민도 "막내 배준호는 너무나도 재능 있는 선수다. 플레이에서도 내가 따로 지적할 게 없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작 본인은 아쉬움이 큰 듯 했다. 그는 "항상 꿈꿔오던 순간이었다. 많은 시간을 출전하지 못해 아쉽다"며 "그래도 데뷔전 데뷔골도 넣었고, 형들과 훈련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내 수준과 내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됐다. 이제 소속팀에 돌아가 더 많이 발전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잊지 못할 기억이었다. 특히 '우상' 손흥민과 함께한 시간은 특별했다. 배준호는 "데뷔골을 기록한 공을 받고 라커룸에 들어가 형들 사인을 다 받았다. 그때 마침 흥민이형이 씻고 있어서, 흥민이형 사인을 제일 마지막에 받았는데 하필 검은색 부분만 많이 남았더라. 어렵게 자리를 찾아서 사인을 받았는데 흥민이형이 거기에 '대한민국 축구 미래'라고 적어주셨다. 너무 감사했다"며 웃었다.
특별한 재능의 등장에 기대만큼이나 걱정도 크다. 손흥민은 "많은 관심을 받던 어린 친구들이 좋지 않은 상황에 빠지는 걸 현실적으로 많이 봤다"며 "강인 선수에 대해서도 이전부터 내가 '성장하는 걸 그냥 지켜봤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선수의 성장을 주변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호는 "내가 안고 가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더 높은 곳에 갈수록 더 관심이 많아지고 기대가 많아지는 건 당연하다. 부담을 느끼기 보다는 내가 증명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더 높은 위치에 갈 때까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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