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재원은 야구를 잘했던 선수잖아요."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현역 시절 명포수였다. 그만큼 포수를 키우는 육성 능력이 뛰어나고, 또한 보는 눈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김 감독은 12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이재원(36) 이야기에 "야구를 잘했던 선수"라며 "끝을 서운하게 하면 안 될 선수"라고 말했다.
올 시즌 이재원은 야구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맞았다. 2006년 1차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한 이재원은 18년 간 한 팀에서만 뛰었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시즌 중 5시즌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리는 공격력을 가지고 있고, 세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등 투수들과도 남다른 호흡을 자랑해왔다.
지난해 27경기 출전하면서 타율 9푼1리에 머물렀던 이재원은 SSG에 자진 방출을 요청했다. 조금 더 현역 생활을 하고 싶다는 의지. 18년 간 뛰었던 팀을 떠나야만 했던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재원은 올 시즌 한화와 연봉 5000만원에 계약을 해 새 출발에 나섰다.
시범경기 6경기에서는 타율 4할5푼5리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정규시즌에서는 좀처럼 안타 한 방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5월 시작과 함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재원이 2군에 있는 동안 한화는 많은 부분 바뀌었다. 시즌을 함께 시작한 최원호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났고, 김경문 감독이 제 14대 감독으로 지난 3일 취임하며 팀을 이끌기 시작했다.
지난 9일 콜업된 이재원은 11일 두산전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다. 최재훈이 주루 중 왼쪽 허벅지에 불편함을 느꼈고, 4회말부터 포수를 보기 시작했다. 이재원은 2안타 1득점으로 제몫을 다했다.
12일 최재훈이 아직 100%의 몸 상태가 되지 않으면서 다시 이재원이 선발 포수로 나와 류현진과 배터리를 이뤘다. 김 감독은 "이재원도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고, 류현진과도 호흡을 맞췄다고 하더라. 지금은 이재원을 최재훈과 같이 기용해줘야 할 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19년 차를 맞은 이재원이 충분히 포수로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었다. 김 감독은 "방망이 치는 거나 스로잉 하는 걸 보니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재원은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12일 두산전에서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고, 류현진과는 6이닝 2실점(비자책)으로 좋은 내용을 보여줬다. 한화는 4대3으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이재원은 취재진 앞에서 경기 전 김 감독이 했던 말을 먼저 꺼냈다. 이재원은 "감독님께서 직접하신 말은 아니지만 경기 전에 '할 수 있다'고 하신 걸 기사를 통해 봤다. 선수 입장에서는 '그래 한 번 해보자'라는 마음가짐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잘할지 모르겠지만, 감독님이 계시는 동안 실망시키지 않게 최선을 다하려는 마음가짐이 커졌다. 더 책임감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도 전했다. 이재원은 "열심히 준비해도 안 되고 야구라는 게 어렵더라"라며 "그동안 자만한 건 아니지만, 다시 한 번 자만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다. 안타 세 개를 쳐서 운이 좋고, 팀원들도 많이 축하해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솔선수범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했다.
동시에 한화에서의 또 한 번의 성장도 다짐했다. 이재원은 "한화에는 배우려고 왔다. SK에서도 수많은 걸 배웠고, 우승도 하고 성적도 좋은 적이 있었다. 많은 걸 배웠지만, 또 한화에서 새로운 걸 배우려고 왔고, 많이 배우고 있다. SK에서 했던 볼배합이 있고, 여기서의 볼배합이 또 있을 거다. 팀마다 다르니 그런 모습을 배우려고 왔는데 즐겁게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야구라는 걸 더 하고 싶었다. 전 팀에 미안한 마음도 크다. 그래서 지금 한화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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