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배우 여진구가 얼굴을 제대로 갈아끼웠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하이재킹'에서 납치범 용대로 분한 그는 데뷔 이래 첫 악역 연기에 도전했다.
'하이재킹'은 1971년 대한민국 상공, 여객기가 공중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극한의 상황을 담은 영화로, 김성한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최근 스포츠조선과 만난 여진구는 "대본을 읽고 확실히 '왜?'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게 됐다. 대본 안에 담겨진 용대의 순간순간 나오는 감정들이 굉장히 절제돼 있어서, 상상을 많이 하게 되더라. 저도 감독님과 작가님이 용대라는 인물에게 어떤 이야기를 주셨을지 궁금했다. 또 영화 안에서 용대가 보여주는 에너지에 끌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이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꼭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류 계기를 전했다.
여진구는 지난해 1월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 '두발로 티켓팅'에 하정우와 함께 출연했다. 당시 하정우의 권유로 '하이재킹'에 합류한 그는 "감사하게도 형이 뉴질랜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말씀을 해주셨다"며 "'하이재킹'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감독님이 '1987' 조감독님이시더라. 용대라는 캐릭터가 특별한 에너지가 갖고 있으니, 스케줄이 맞으면 시나리오를 보내줄 테니까 한 번 읽어보라고 하셔서 뉴질랜드 도착해서 그날 밤에 바로 읽었다. 뉴질랜드에서 형한테 시나리오 재밌게 읽었다고 말씀드렸고, 한국에 가자마자 바로 출연을 확정 짓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하정우 또한 여진구를 캐스팅하는 것이 계획적임을 밝히기도 했다. 이에 여진구는 "사실 눈치를 전혀 못 채고 있었다. '두발로 티켓팅' 촬영 당시 정우 형과 (주)지훈 형, (최)민호 형이 저를 보고 굉장히 놀라시더라. 형들이 생각했던 제 이미지보다 남자답고 덩치가 커서 '이렇게 많이 컸을지 몰랐다'고 말씀하셨다"고 털어놨다.
또 처음으로 도전한 악역 캐릭터인 만큼, 심리적인 부담감은 없었는지 묻자, 여진구는 "어렸을 때부터 역할과 제 삶을 분리시키는 훈련을 많이 해왔다. 영화 '화이' 촬영할 때부터 (김)윤석 선배님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며 "저도 스타일상 역할과 저를 떨어뜨려놔야 몰입이 더 잘 되더라. 예전엔 캐릭터와 저를 한 몸으로 만들어야지만 그 감정을 느낄 수 있겠구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답했다.
특히 현장에 있던 배우들은 여진구의 악역 연기를 보고 "눈이 돌아있다"며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그는 "악역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됐다"며 "용대 캐릭터는 제가 살면서 절대 경험해 볼 수 없는 일들을 겪지 않나. 또 제가 눈이 삼백안이어서 눈을 조금만 위로 치켜뜨면 사나워 보여서 가끔씩 밑을 쳐다보던지 시선을 조정할 때가 많았는데, 이번엔 마음껏 위로 치켜떴다. 제 눈이 이렇게까지 흰자가 많고 홍채가 작은지 몰랐다(웃음). 저도 제 얼굴을 보면서 새로웠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1997년생인 여진구는 다가올 군 입대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군대는 풀려있는 숙제다. 당연히 대한민국 남자라면 가야 하지 않겠나. 다만 아직 구체적인 날짜까진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며 "가고 싶은 부대도 있고 해서 올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내년 안에는 무조건 가야 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김에 최대한 다양한 작품을 하고 팬 분들과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그는 어느덧 30대를 앞두고 있다. 여진구는 "차라리 빨리 30대가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렸을 땐 연기가 흥미로운 일이었고, 하나의 놀이에 가까웠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주연을 계속 맡을 수 있다는 게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 그런 세월이 1~2년 정도 지나고 보니 연기가 너무 어렵고 무섭더라. 어느 순간부터 촬영장에 가는 게 숙제처럼 엄청 많이 쌓여있는 느낌이었다. 성인이 되면 그만큼 할 수 있는 게 많아지겠지만, 그에 따라오는 책임감과 무게감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0년이란 세월이 크게 작용을 해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앞으로 향후 계획에 대해선 "막상 30대를 얼마 안 남겨둔 시점에서 바라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이 쌓인 것 같다"며 "이렇게 계속 버티고 버티다 보면 요령이 생기지 않겠나. 30대가 되면 탈출구가 생겨서 저만의 방식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저는 훌륭한 배우가 되기보단 행복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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