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오늘 보면 알겠지. 말로 할 필요 있나."
'명장'은 시종일관 고리눈을 뜬 채 마운드를 응시했다. 23세 정현수의 데뷔 첫 선발등판이었다.
정현수는 2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 2⅓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내려갔다. 다음 투수 한현희가 선행주자의 홈인을 막아주며 추가 실점은 없았다.
직구(19개) 최고 구속은 141㎞, 투구수는 60개였다. 직구 외에 슬라이더(29개) 커브(12개)를 섞어던졌다.
경기 내내 제구가 썩 좋지 못했다. 피안타는 3개 뿐이었지만, 4사구가 5개(4볼넷 1사구)에 달했다. 특히 밀어내기로 1실점한 첫 이닝이 아쉬웠다. 1회를 마쳤을 때 이미 투구수가 36개에 달했다.
첫 타자 이주형을 삼진, 도슨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할 때만 해도 시작이 좋았다.
하지만 김혜성에게 풀카운트 끝에 볼넷, 송성문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뒤 흔들렸다. 이원석에게 몸에 맞는볼을 내주며 만루.
그리고 운명처럼 '최강야구' 동기 고영우를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했다. 고영우는 파울 5개를 치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고, 11구만에 기어코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정현수는 다음타자 장재영을 삼진처리하며 간신히 첫 이닝을 마쳤다.
2회에는 선두 타자 김건희를 삼진처리했지만, 김태진에게 2루타, 이주형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하지만 도슨에게 유격수 땅볼을 유도, 병살로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3회 첫 타자 김혜성에게 또 볼넷을 내줬다. 포수 서동욱이 김혜성의 2루 도루를 저지했지만, 다음타자 송성문이 우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김태형 감독은 더이상 기다리지 않았다. 즉각 정현수 대신 한현희를 투입했다. 아쉽게도 '최강야구' 동기의 2번째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고영우는 4회초 롯데 더그아웃 안쪽으로 떨어지는 정훈의 파울타구를 몸을 던지며 잡아내 찬사를 받기도 했다.
'최강야구' 당시 마법 같은 커브로 주목받았던 정현수다. 김성근 감독이 코치 한명 대신 엔트리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해 영입한 주인공이다. 최강야구에서의 성적은 13이닝(팀내 4위)을 소화하며 1패 평균자책점 5.84 탈삼진 19개.
2024 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순위에 롯데의 선택을 받았다. 고영우(4라운드, 키움) 황영묵(4라운드, 한화) 김민주(7라운드, KIA) 원성준(미지명, 키움) 등 '최강야구' 동기들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지난 4월 11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지만,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볼 4개로 볼넷을 내준 뒤 내려갔다. 그 주자가 홈을 밟으면서 1실점을 기록했다.
퓨처스리그에선 17경기에 등판, 36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2패 평균자책점 3.47을 기록중이다. 4월까진 구원투수로만 나왔지만, 5~6월 5차례 선발로 등판했다. 5월 30일 국군체육부대(상무)전에서 5이닝 1피안타 5볼넷 2실점, 6월 7일 KT 위즈전에서 5이닝 6피안타 2볼넷 5실점(2자책)을 기록한 게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기록이다.
경기전 김태형 감독은 "불펜보다 선발로 던지면 마음이 쫓기는 부분은 없다. 마무리캠프 때보다 구속은 올라왔더라. 투구수보다 이닝을 얼마나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현재 외국인 투수 찰리 반즈가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황. 윌커슨과 박세웅, 나균안, 김진욱으로 1~4선발을 돌리고 있다.
한현희를 불펜으로 돌리면서까지 마련한 선발 한자리다. 사령탑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했던 첫 선발등판이었다. 두번째 기회가 주어질 수 있을까.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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