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건강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좀..." 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56)은 시즌 초반 K리그 최고 히트상품인 '태하드라마'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태하드라마는 포항이 후반 막판 극장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연승을 달리자 붙은 별명이다. 승점과 인기몰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불안요소였다. 박태하 감독 개인적으로는 90분 내내 긴장을 놓치 못한 탓에 가슴을 졸였다. 팀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공격 전략이 부재하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언젠가부터 이런 모습이 줄어들었다. 포항은 '하나은행 K리그1 2024' 4라운드까지 전반전 득점이 0골이었을 정도로 후반전 의존도가 심했다. 포항은 팀 득점 30골 중 19골을 후반전에 얻었다. 후반 35분 이후에 나온 골이 무려 10개다. 그런데 최근 4경기에서는 전부 전반전에 득점했다. 2승2무 상승세다. 직전 경기인 20라운드 6월 30일 울산과의 홈경기에서는 전반에만 2골을 뽑았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 2대1로 대어를 낚았다.
포항의 조직력이 드디어 시스템을 갖추는 추세로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극장골'은 짜릿하지만 그만큼 상대가 체력과 집중력이 흩어진 이후에야 힘을 발휘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전부 갖춘 상황에서도 포항의 힘으로 골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준비가 미흡했던 시즌 초반은 정신력과 투지로 버텼다면 이제는 '팀 포항'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불안한 1위를 유지하던 전반기보다 변수를 줄인 현재의 포항이 더욱 무서운 이유다.
실제로 박태하 감독은 19라운드 전북전 1-0으로 리드하다가 동점골을 내주고 무승부에 그친 뒤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경기 내용적으로 이미 과거에 비해 훨씬 긍정적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당시 박태하 감독은 "경기력이 향상되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공격에서 빌드업을 거쳐 풀어나가는 과정이 실수는 나와도 힘이 붙고 있다. 선수들도 느낀다. 자리를 잡는 판단이나 호흡은 물론 전개시키는 점이 발전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포항은 시즌 전 우승후보는 커녕 상위 스플릿도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맞이했다. 포항을 5년 가까이 지도한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떠났다. 주전 센터백 하창래(나고야) 그랜트(톈진)와 핵심 공격수 고영준(파르티잔) 제카(산둥) 김승대(대전) 등 주력 선수들이 대거 이적했다. 12월에 부임한 박태하 감독은 팀을 새로 수습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포항은 그 어려운 시기를 간절한 마음가짐으로 이겨냈다. 박태하 감독은 '태하드라마'가 흥할 때에도 "우리는 아직 부족하다.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의 결과물일 뿐이다. 여기에 도취될 상황이 아니다"라며 신중함을 유지했다. 포항은 전민광 이동희를 필두로 수비 조직부터 단단히 다졌다. 최소 실점으로 막아내면서 공격에서는 정재희 백성동 김인성 등을 활용해 단순하게 득점하며 승점 관리에 성공했다. 포항이 공격 전술을 점차 완성해 나가면서 스트라이커 이호재의 득점도 늘었다. 지난 시즌 8골을 기록했던 이호재는 이미 6골이다. 이 기세를 유지하면 커리어 첫 두 자릿수 득점(10골)도 무난하다.
개막전 0대1로 패했던 울산을 다시 만나 2대1로 제압한 성과도 그 단적인 예다. 박태하 감독은 "그 때는 정신없이 준비했고. 수비했던 기억 밖에 없다. 지금 떠올리면 1실점밖에 하지 않은 것에 위안삼았다. 3개월이 지났는데 경기력이 향상된 것을 볼 때 앞으로 기대가 된다"고 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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