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선수 생활이 길게 남은 것도 아닌데…."
두산 베어스는 지난 7일 김재호(39)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김재호는 올 시즌 29경기에서 타율 2할5푼의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2004년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재호는 '천재 유격수'로 불리면서 남다른 수비력과 꾸준한 공격 능력을 보여주면서 오랜 시간 두산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찼다. 2021년과 2022년 2할 초반 타율에 머무르면서 '에이징 커브'가 왔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지난해 91경기에서 타율 2할8푼3리 3홈런으로 완벽하게 부활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연봉 협상 과정에서 진통은 있었지만 3억원에 도장을 찍으면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던 김재호는 5월2일 1군에 올라왔다. 선발과 교체 출장을 오가던 가운데 6월에는 주로 교체로 출장하면서 16경기에 나왔다. 출장 시간이 줄어들면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8일 김재호 말소에 대해 "아무래도 나갈 기회가 없다. 같은 포지션에 (김)재호 (이)유찬이 (전)민재 이렇게 세 명이 있다. 세 명을 어떻게 돌릴 방법이 없었다. 전반기 때까지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 시간은 지나가고 기회가 자꾸 줄어들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두산은 유격수 자리에 김재호를 비롯해 박준영 전민재 이유찬 등이 나섰다. 기본적으로 모두 수비력은 좋다는 평가. 박준영이 부상으로 잠시 이탈했던 가운데 이유찬은 2할9푼5리, 전민재는 2할7푼2리로 준수한 공격력까지 보여주면서 두산은 유격수 자리에서 큰 공백을 보이지 않았다.
이 감독 역시 화려한 현역 시절을 보냈고, 조금씩 후배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마무리를 했던 기억이 있어 김재호가 느낄 아쉬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이 감독은 "준비를 잘하고 있으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까 준비를 좀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라며 "베테랑에게 굉장히 미안하다. 선수 생활이 길게 남은 게 아니다.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질 텐데 기회를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렇지만 우리 팀 사정을 봤을 때 내려가서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김재호의 자리를 채우고 있는 젊은 선수의 성장에는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김)재호가 오랫동안 지켰던 자리에 (박)준영이가 NC에서 왔고, 민재와 유찬이가 지난해보다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선수들이 작년처럼 성장을 못했다면 당연히 재호가 많이 나가야 한다. 그러나 민재 유찬이가 잘해줬고, 궁극적으로는 준영이가 유격수로 성장을 해야한다. 지난해와 다르게 젊은 선수가 많이 성장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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