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 같다."
KBO리그 피치컴 1호 사용자가 만족감을 표시했다. 당장 사용에 거부감도 있지만, 과감한 도전을 할 선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KBO는 지난 15일 피치컴을 구단 당 2세트씩 보급했다.
수신호 대신 기계 버튼을 통해 선수들끼리 사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치. 사인 훔치기 논란이 사라질 수 있고, 사인 교환 시간이 줄어 경기 시간 단축도 기대할 수 있다.
피치컴이 이슈가 된 건 올해 초. KBO는 올시즌 부터 ABS와 함께 피치클락까지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발에 부딪혔고, 결국 올해 시범운영 후 내년 정식 시행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류현진(한화)이 "피치클락을 하려면 미국처럼 피치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KBO가 전파승인 등 절차적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피치컴을 준비했고, 16일 경기부터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1승이 중요한 시점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부담스럽다"며 당장 사용이 힘들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우린 바로 쓴다"며 적극적 반응을 보인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 같은 사례가 있기도 했다.
1호 사용 선수는 KT 위즈 외국인 투수 벤자민이었다. 벤자민은 1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 등판하며 피치컴을 착용했다. 경기 당 투수와 포수, 야수 3명까지 총 5명이 착용할 수 있는데 포수 장성우가 송신기를 달았고, 나머지 4명의 선수가 수신기를 사용했다. 다시 말해 장성우가 구종을 선택해 버튼을 누르면, 나머지 4명의 선수에게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유격수 김상수, 2루수 오윤석, 중견수 배정대까지 센터라인이 사용자 명단에 포함됐다. 센터라인 수비수들은 구종에 따라 수비 대처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건 투수와 포수. 벤자민은 피치컴을 착용하고 6⅓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다. 최소한 피치컴이 방해는 되지 않은 셈. 벤자민은 "2022년 시카고 화이트삭스 트리플A팀에 있을 때 피치컴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영어 버전 수신기가 있어 더 편했다. 미국에서 사용했던 기계보다 편리했다"고 덧붙였다.
벤자민은 이어 "피치컴 덕분에 빠르게 템포를 가져갈 수 있어서 투구에 도움이 됐다. 주자를 신경쓰지 않고, 타자만 신경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누상의 주자가 사인을 훔치는 걸 투수들은 신경쓸 수밖에 없는데, 그걸 생각하지 않아도 되니 투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벤자민은 이어 "상대적으로 타자들에게는 생각할 시간을 안 주다보니 불리할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직접 송신기를 누른 포수 장성우의 반응도 궁금했지만, 이날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인터뷰를 거절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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