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 여자유도의 간판' 허미미(21·경북체육회)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재일교포 출신 허미미는 2021년 세상을 떠난 할머니의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는 유언을 듣고 곧바로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고등학교 때 한번 한국에 온게 전부였던 허미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허미미는 "결심한 계기나 이런 것도 없었다. 가까웠던 할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그래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유망주였던 허미미는 1년도 되지 않은, 2022년 태극마크를 달며 뜻을 이뤘다. 도쿄올림픽서 동메달을 딴, 같은 재일교포인 안창림이 그녀의 멘토다. 처음에는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이제는 제법 능숙해졌다.
허미미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이다. 경북체육회 입단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허미미는 "부모님도 모르셨다더라. 알게된 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 자신의 뿌리를 확인한 허미미는 태극마크에 더 큰 자부심을 갖게 됐다. 허미미는 대한유도회에 낸 올림픽 출사표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프랑스 하늘에 태극기를 휘날리러 갑니다'라고 적었다.
한국에서 체계적 지원 속 훈련을 이어간 허미미는 국제대회마다 승승장구했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5월 세계유도선수권대회 금메달이었다. 허미미는 결승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를 연장 혈투 끝에 꺾고 우승했다. 한국 여자 선수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은 1995년 여자 61㎏급 정성숙,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의 쾌거였다. 허미미는 1996년 애틀랜타대회 이후 28년간 이어진 올림픽 여자 유도 금메달 가뭄을 끝낼 희망으로 떠올랐다. 허미미는 "그 전까지 올림픽에 나가는 게 목표였지 금메달을 생각도 안했다. 하지만 세계선수권 우승 후 '파리에서 금메달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파리 금메달을 꿈꾸는 허미미는 훈련이 끝나면 학생으로 돌아간다. 그는 일본 명문 와세다대에 재학 중이다. 스포츠과학부 3학년이다. 훈련 후 저녁에는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공부를 병행한다. 휴학 한번 하지 않았다. 그는 "사실 공부하는 걸 썩 좋아하진 않는다. 특별히 장래 희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좋아하는 유도를 계속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힘들진 않다"고 했다.
허미미는 밝은 겉모습과 달리, 막상 시합에 들어가기 전 엄청 긴장하는 타입이다. 너무 떨려서 이미지 트레이닝조차 못한다. 그래도 경기에 딱 들어가면 달라진다. 특유의 강력한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몰아붙인다. 이번 대회는 꿈꿔온 올림픽인만큼, 더욱 힘이 난다. 그는 "정말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무대다. 세계선수권도 치러봤지만, 다르다. 내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큰 시합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파리 에펠탑 한조각이 들어 있는 파리올림픽 메달을 아직 보지 못했다는 그는 "따서 직접 보고 싶다며 웃었다. 올림픽 후엔 제주도 등 아직 한번도 가지 않은 한국의 구석구석을 여행하고 싶다는 허미미가 이제 꿈의 무대에 도전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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