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감독의 백허그에도 '에이스'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이번에는 이를 악물고 혼자 경기를 끝냈다.
지난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맞대결. KIA는 초반부터 타선이 활발하게 점수를 뽑아내면서 9-3으로 크게 앞섰다.
그리고 5회초. 선발투수 양현종이 두번째 위기에 놓였다. 4회 김영웅-박병호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해 3실점한데 이어, 5회에도 류지혁에게 3루타 허용 후 이재현에게 1타점 2루타, 2아웃을 잡고나서 강민호에게 다시 적시타로 2실점을 추가로 내줬다.
하지만 점수 차가 꽤 넉넉했다. 추가 실점 이후에도 KIA는 여전히 9-5, 4점 차로 앞서 있었다. 그런데 양현종이 이성규 타석에서 이닝을 끝내지 못하고 볼넷을 허용하자, 정재훈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투수 교체를 위해서였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웃카운트 1개만 남은 상황. 점수 차도 꽤 컸고, 다음 타자는 좌타자 김영웅이었다.
그러나 이범호 감독은 단호한 메시지를 전했다. 타격감이 좋은 김영웅에 앞서 투수를 교체해 추가 실점 여지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뜻이었다. 양현종은 이례적으로 정재훈 코치에게 공을 넘겨주기 싫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정 코치가 양현종에게 계속해서 무언가를 설명했지만, 양현종은 한참 망설이다가 억지로 마운드를 내려왔다. 구원 등판한 김대유가 김영웅을 상대로 삼진을 잡으면서 투수 교체는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마운드를 내려온 이후 이범호 감독이 이닝 중간에 양현종에게 백허그를 하며 기분을 풀어주려는 모습이 중계 화면을 통해 잡히기도 했다. 잠깐의 쉬는 시간에 양현종의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 애정 표현이었다. 이 감독의 현역 시절부터 오랜 시간 한 팀에서 뛰어온 만큼 경기장 밖에서는 형 동생 사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양현종의 앙금(?)은 아직 남아있었던듯 하다. 분노의 삼성전 이후 바로 다음 등판. 23일 광주 NC 다이노스전에서 양현종은 9이닝 4안타(1홈런) 6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을 거뒀다. 올 시즌 양현종의 두번째, 개인 통산 10번째 완투승이었다.
양현종은 이날 평소보다 더 집중하며 투구하는 모습이었다. 빠른 카운트로 적극적으로 승부했고, 평소보다 더 과감한 볼배합을 가져가기도 했다. 6회에 서호철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타선이 그를 도왔다. 초반부터 많은 점수를 뽑은데다 김도영이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는 등 6회에 이미 8-1로 크게 앞서면서 양현종에게 심리적 여유를 줬다.
투구수를 아낀 양현종은 8회까지 87개에 불과했다. 그리고 마운드를 내려간 후, 정재훈 투수코치가 무언가를 설명하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하지만 양현종의 표정은 단호했다. '이번주는 일요일 등판을 할 수도 있으니 이쯤에서 그만 던지자'는 메시지였지만, 양현종은 완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잠시 후 의자에서 쉬고있는 양현종에게 손승락 수석코치가 직접 와서 웃으며 격려를 하는 동시에 어떤 이야기를 했지만, 이번에도 양현종의 단호한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가 않았다.
그리고 결국 8회말 2아웃이 되자, 평소 선발 투수들의 루틴대로 양현종이 다시 그라운드 밖에 나왔다. 9회초 수비가 시작되자 마운드에 오른 투수도 양현종이었다. KIA는 이미 불펜이 준비된 상태였지만, 이번에는 감독도 양현종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끝내 완투승이라는 결과로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했다. 역시 '대투수' 양현종이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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