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주자 한 명만 나가도 바꾸려 했는데, 안 내보내더라(웃음)"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23일 광주 NC전에서 시즌 두 번째 완투승을 거둔 양현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이날 양현종은 총 95개의 공으로 9이닝을 모두 책임졌다. 예정된 완투는 아니었다. 이 감독과 KIA 코치진은 8회초 투구를 마치고 돌아온 양현종을 향해 손가락으로 'X'표시를 했다. 다음 이닝에 투수를 바꾸겠다는 뜻.
그러나 양현종의 뜻은 단호했다. 8회까지 87개의 공을 던진 상황. 마지막 9회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재훈 투수코치에 이어 손승락 수석코치까지 양현종에게 다가갔지만, 양현종은 손을 풀면서 9회 등판 준비를 하는 데 전념했다. 지난 17일 광주 삼성전에서 승리 요건에 아웃카운트 1개만을 남겨둔 양현종을 단호한 메시지로 불러들였던 이 감독도 이번 만은 양현종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양현종은 9회를 공 8개로 삼자 범퇴 처리하면서 지난 5월 1일 광주 KT전에 이은 시즌 두 번째 완투승을 거뒀다.
24일 만난 이 감독은 양현종의 완투를 두고 "당초 계획은 7이닝까지 던지게 한 뒤 바꾸려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화요일 선발이기 때문에 로테이션 상 일요일까지) 1주일에 두 번을 던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완투 후) 부상에 대한 우려가 컸다. 코치진도 70~80구 정도에서 투구를 마치고자 했다"며 "본인이 던지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감독이 교체 생각을 아예 접은 건 아니었다. 이 감독은 "8회와 9회 모두 주자가 1명이라도 나가면 바꾼다는 전제를 했다. 그런데 주자가 나가지 않아 못 바꿨다"며 "이닝에 대한 야구관이 확실한 친구다. 마운드에 올라 100구를 채우고자 하는 선수에게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 이런 투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큰 축복"이라고 양현종의 헌신에 찬사를 보냈다.
양현종의 완투로 KIA 불펜은 주중 3연전 첫날을 불펜 소모 없이 깔끔하게 마칠 수 있었다. 주초 불펜 소모가 주말까지 부담을 누적시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양현종의 이번 완투가 갖는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4월 중순부터 이어진 선발진 구멍, 마무리 부상으로 불펜을 총동원해온 KIA였기에 더욱 그렇다.
이 감독은 "요즘 아침이 되면 투수코치로부터 '누구누구 (투구가) 안됩니다'라는 브리핑을 듣는 게 제일 걱정스럽더. 그런데 오늘은 깔끔하게 '다 됩니다'라고 하더라. 양현종이 정말 팀을 위해 큰 도움을 줬다"고 재차 고마움을 드러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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