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가, 최만식 기자]'별을 동경하던 소녀, 별이 되어 빛났다.'
한국 셔틀콕의 자랑 안세영(22·삼성생명)이 28년 만의 금메달 쾌거를 달성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5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벌어진 2024년 파리올림픽 여자단식 결승서 허빙자오(세계 9위·중국)를 2대0(21-13, 21-16)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방수현 이후 28년 만의 여자단식 쾌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혼합복식(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의 배드민턴 금메달이기도 하다.
한국 배드민턴사에도 길이 남을 페이지가 또 추가됐다. 지난해 27년 만의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등극(8월), 사상 첫 세계선수권(8월) 단식 우승, 항저우아시안게임(10월) 29년 만의 여자단식 우승에 이어 올림픽까지 제패한 것이다. 불과 1년 사이 이뤄낸 눈부신 성과다.
이로써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 최초의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우승)' 달성에 마지막 퍼즐(아시아선수권)만 남겨 놓게 됐다. 공교롭게도 지난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안세영에게 8강전 패배(0대2)를 안긴 이가 허빙자오였다. 이번 올림픽 이전까지 안세영의 허빙자오와 맞대결 전적은 8승5패, 이 가운데 2023년부터 1년7개월 동안 8승1패로 압도적 우위를 보이면서 유일한 패배가 있었는데 아시아선수권이었다. 이번에 보기좋게 복수혈전을 한 셈이다.
준비된 집념으로 일군 '쾌거'였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때 안세영은 '투혼의 아이콘'이었다면 파리올림픽에서는 '철의 여인'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눈물 겨운 부상 투혼으로 2관왕(단체+개인전)을 달성했다. 투혼의 대가는 혹독했다. 오른 무릎 슬개건 파열 진단을 받고 장기간 휴식과 재활에 몰두해야 했다. 이는 오히려 안세영을 더 강하게 만드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올해 초 국제대회에서 우승 행진을 하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했다가 잠깐 부진한 적이 있었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당시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운동 공백기가 많았기에 체력을 올리는 중이다. 최종 목표인 올림픽에 맞추는데 집중할 뿐"이라고 했다. 부상 후유증으로 하체 근력을 살리기 위해 실시하는 모래판 라켓 훈련은 단골 메뉴가 됐다. 매일 1~2시간, 500~700개의 공을 받아내며 모래판과 '씨름'을 했다.
지옥같은 여정이었지만 결과는 달콤했다. 올림픽에 맞춰 강해진 체력, 이번 대회에서 주요 승인이 됐다. 8강과 준결승에서 1게임을 먼저 내준 뒤 2대1로 역전승하는 패턴에서 안세영의 체력은 압권이었다.
두 경기 모두 안세영은 2게임부터 본격 시동을 걸어 상대를 서서히 지치게 만들더니, 3게임 들어서는 지칠 줄 모르는 집념으로 무장, 진이 빠진 상대를 매섭게 몰아붙는 '강철체력'을 과시했다.
이날 결승전서는 전과 달리 "랠리가 길어질수록 더 강해진다"는 방수현 MBC 해설위원의 말대로 경기 초반부터 체력전을 리드하며 여유있게 승리를 확정, 환희의 눈물과 함께 특유의 '포효'를 쏟아냈다.
이번 금메달로 안세영은 '살아있는 전설' 방수현(52)도 뛰어넘을 전망이다. 한국 단식 선수 최초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방수현이 남겼던 아시안게임(1994년 히로시마), 올림픽(1996년 애틀랜타), 세계 1위 기록을 다시 작성한 이가 안세영이다. 나아가 안세영은 방수현이 제패하지 못했던(1993년 은메달) 세계선수권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역사의 시간'도 단축됐다. 방수현보다 1년 빠른 21세에 아시안게임을 평정한 안세영은 이번에 방수현의 '최연소 배드민턴 올림픽 금메달' 기록도 2년 앞당겼다.
안세영은 선수촌의 적막한 밤, 별을 보는 게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했다. "스마트폰 갖고 노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무념무상 별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고도 했다. 그렇게 '별멍(별 보며 멍때리기)'을 즐기던 안세영은 마침내 별이 되어 반짝 빛났다.
파리(프랑스)=박찬준 기자 ,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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