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훌쩍 뛰어넘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과 감동적인 플레이 덕에 2024년 파리올림픽이 예상 외로 국내 흥행에 성공했다.
이번 올림픽은 축구, 배구와 같은 인기 구기종목이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40년만의 최소 규모 선수단에다 5개 정도의 금메달 예상, 주로 새벽 시간대 중계 등 악재만 가득한 가운데 개회식 시청률이 방송 3사 합쳐서 3%에 불과하며 우울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열린 양궁 남자 개인 결승전의 경우 한 방송사의 시청률만 18.3%에 이르는 등 일주일여만에 완전히 살아났다.
공식 스폰서 혹은 경기단체 회장사나 후원사로 올림픽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이 '함박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기업과 CEO 마케팅은 물론이고, 종목과 선수들을 물심양면으로 후원한 '진심'이 성적으로까지 이어졌으니 말 그대로 '올림픽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가장 큰 화제가 된 곳은 단연 양궁 전 종목 석권을 이끈 현대차그룹, 그리고 정의선 회장이다. 지난 1985년부터 40년간 대한양궁협회 회장사를 맡아 익히 알려진 엄청난 지원에 공정한 선수 선발 시스템까지 정착시키며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이끌고 있다. 선수들도 국내외 인터뷰에서 회장사와 정 회장에 대한 고마움을 늘 표현하면서 글로벌 3대 자동차 제조사를 지향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능력과 진정성을 알리고 있으니 말 그대로 '스포츠 마케팅의 정석'이라 불릴 정도다.
양궁이 현대차그룹이라면, 펜싱은 단연 SK텔레콤이다. 역시 지난 2003년부터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아 20년 넘게 300억원이 넘는 지원을 쏟아부으며 펜싱을 한국 효자 종목으로 키워냈다. 양궁과 마찬가지로 펜싱 역시 대표 선수들의 실전 감각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번 파리올림픽을 앞두고도 현지 경기장과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할 정도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대한펜싱협회장인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도 진심을 담아 전방위로 지원했다. 구기종목 중 유일하게 출전한 여자 핸드볼의 수장인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장(SK 회장)과 더불어 SK그룹에 대한 국내외 인지도와 호감도가 더 상승한 것은 물론이다.
반면 한화그룹은 깜짝 금메달 3개를 획득한 사격의 후광 효과를 별로 누리지 못했다. 대한사격연맹을 이끌며 지난 20년간 200억원이 넘는 액수를 투자, '사격 황제' 진종오 등을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지만, 하필 지난해를 끝으로 새로운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회를 준다며 회장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물론 파리올림픽에서 사격이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게 한 기반이 됐지만, '사격=한화'라는 공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브레이킹 종목의 김홍열과 남자 골프 안병훈을 후원한 CJ그룹은 대한체육회가 마련한 코리아 하우스에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브랜드를 홍보하고 한식을 제공했는데, 한국 선수단의 선전으로 코리아 하우스 방문객이 급증하면서 제대로 홍보 효과를 누렸다.
한편 종목이 아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삼성전자는 모든 참가 선수들에 제공한 갤럭시Z 플립6 올림픽 에디션을 통해 확실한 글로벌 마케팅에 성공했다. IOC가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을 최초로 운영, 시상대에서 나눠준 갤럭시폰으로만 셀프 카메라를 찍게 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31일 탁구 혼합 복식 시상대에서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셀카를 찍는 상징적인 장면만으로도 본전 이상을 뽑았다는 분석이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경기단체를 후원하는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되며 결과적으로 도쿄올림픽에선 최악의 성적을 거둔 바 있다"며 "기업들의 스포츠 마케팅에 대한 회의론적 시각이 많았는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유무형의 긍정적 효과를 얻은 성공 사례를 통해 다시 국내외 기업들의 후원이 이어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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