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2024년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재능은 있지만 번번이 부상에 발목잡히며 나이만 먹던 유망주가 한 팀을 구원하는 간판 스타로 거듭났다.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30)이 주인공이다. 올해 타율 3할3푼5리 11홈런 49타점. OPS(출루율+장타율)이 0.945에 달한다. 주전 3루수 포지션에 어울리게 클린업트리오 한 자리까지 꿰찼다. 정교함과 한방을 갖춘 중장거리포, 안정된 수비력에 전력질주와 슬라이딩을 마다하지 않는 허슬까지 갖췄다.
손호영마저 없었다면 끔찍했을 시즌을 보내고 있는 롯데다. 시즌 전 상수로 여겨졌던 탄탄한 토종 마운드가 무너지며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암담한 현실 속 윤동희 나승엽 고승민 황성빈 등 젊은 타자들의 성장이 올해의 수확이다. 그리고 그 선봉에 트레이드로 합류한 손호영이 있다.
1994년생인 손호영은 유망주라기엔 적지 않은 나이다. 미국을 다녀온 중고 신인으로 프로야구에 입문, 올해로 5년차를 맞이했다. 현실과 커리어로 보여줘야하는 시기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손호영은 1군 풀타임은 커녕 40경기, 100타석을 뛰어본 적도 없을 만큼 보여준게 없었다. 류지현 전 감독도, 염경엽 LG 감독도 '재능만큼은 충분한 선수'라며 거듭 기회를 주고자 했지만, 그때마다 부상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LG의 두터운 내야 뎁스는 손호영을 마냥 기다려줄 수 없게 했다. 결국 손호영은 올시즌 초 '150㎞ 사이드암' 우강훈과의 맞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팀 타선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8월에는 타율 4할8푼3리(29타수 14안타) OPS 1.242로 롯데의 '8치올(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을 이끌고 있다.
하지만 손호영은 들뜨지 않는다. 언제나 "늘 해오던 대로 준비하고, 항상 같은 마음으로 뛴다"는 게 손호영의 철칙이다.
그는 '요즘 타격감이 좋다'는 말에 "오히려 별로 안 좋다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좀 바꿔야겠다 생각하면 야구가 더 안되더라.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항상 하던대로 경기에 임했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30경기 연속 안타 기록 행진을 할 때도 "언제든지, 당장 내일이라도 기록이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욕심없이 눈앞의 한타석, 한타석에만 집중하며 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창 불방망이를 휘두르는 요즘도 마찬가지다. 손호영은 "요즘 왜 이리 잘하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기분은 좋다. 그냥 '잘할 때 됐나봐'라고 한다"며 멋쩍어했다.
다만 부상은 두렵다. 올시즌에만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차례 장기 이탈했고, 그 결과 아직 250타석에 불과하다. 규정타석을 채우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손호영이 뛰는 것만 봐도 불안하다"고 말할 정도다.
"내가 감독님이라도 불안할 것 같다. 그렇다고 당연히 해야할 플레이(슬라이딩 등)를 안할 순 없으니까. 경기 전후로 스트레칭 등 몸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예전엔 어디가 아파야만 트레이너실에 갔는데, 요즘은 자주 관리를 받는다. 팀에서 신경써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이런 대우를 받는 건 처음이다."
생애 첫 풀타임 시즌이다. 그는 "기록 같은 걸 의식해서 특별히 더 적극적으로 치거나 하진 않는다. 홈런도 정확히 치다보니 나오는 거지, 내가 특별히 홈런을 노릴 만큼의 타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롯데는 12일까지 5위 SSG 랜더스에 3경기반 뒤진 8위다. 8월 들어 6승1패의 상승세를 타며 가을야구 희망을 살리고 있다.
"내일도, 모레도 주전 선수로 뛰는게 목표다. 그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또 야구는 마지막까지 모른다. 팬들의 기대처럼 가을야구에 꼭 가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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