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안세영이 작심비판할만했네.'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연례 포상금 제도를 폐지하는 등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선수 권익을 되레 후퇴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개인 후원이 금지된 국가대표의 사기 진작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삼성생명)이 최근 '작심비판' 파장을 일으킨데 원인 제공이 됐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13일 스포츠조선이 입수한 '대한배드민턴협회 제83차 이사회(2021년 6월 30일)' 회의록 등에 따르면 협회는 당시 '국가대표 운영지침 규정 개정의 건'을 심의하면서 대표팀 선수·지도자를 위해 존재하던 '연례 포상제' 조항을 삭제했다.
개정 전 지침 제11조에는 '협회 후원사 국가대표 후원금의 20%를 국가대표 선수단에 경기력 성과비로 지급한다'는 조항과 함께 성과비는 지도자 10%, 선수 90%로 배분, 연간 성과와 경기력향상위원회 평가를 통해 차등 배정, 연 1회 결산 지급 등의 시행지침까지 담고 있었다. 차등 배분이지만 모든 선수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 제도는 현 집행부 이전인 박기현 회장(2020년 12월 별세)의 제30대 집행부에서 신설한 포상금(성과비) 정책이었다. 당시 협회는 오랜 기간 선수들의 '이슈'였던 개인 후원 규제에 따른 불만을 덜어주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연례 포상금을 제정했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주요 대회때 등장하는 특별 포상금과 별개로 매년 후원금의 20%를 환원하기로 한 것이었다. 제정 당시 후원금의 20%는 5억원 가량이었다.
당시 협회도 제도를 신설하면서 "개인 후원 금지에 대한 민원은 2010년대 들어 심화돼 계속 제기돼 왔던 '뜨거운 감자'다. 스포츠계 전반적인 규정과 메인 스폰서와의 계약 조건 등으로 인해 개인 후원을 당장 허용할 수 없는 처지에 고민이 많았다"면서 "선수의 명성을 등에 업고 스폰서를 유치한 협회가 후원금 집행을 독식하고, 선수에 대한 보상은 미진하다는 불만을 덜기 위해 개인 후원 규제로 인한 미실현 수입을 조금이라도 보전하고, 동기 부여도 하자는 취지에서 '연말 결산 보너스' 형식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현 김택규 회장이 제31대 수장으로 취임(2021년 3월 17일)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제83차 이사회에서 전면 폐지됐다. 선수 권익 확대를 위해 심사숙고 마련한 전임 집행부의 공적이 지워진 것이다.
당시 회의록에서 협회는 개정 근거로 '협회 후원 금액 조정에 따른 재정 운영상…'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관련 규정 개정 전·후의 협회 손익계산서를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2020~2022년도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당기운영이익은 2020년 2억3500만원에서 연례 포상금 제도가 폐지된 2021년에는 5억470만원으로 전년 대비 배 이상 급증했다. 이어 2022년에는 7억8800만원으로 더 늘었다.
더구나 협회는 당시 개인 후원 조항도 개정하면서 선수의 입지를 후퇴시키는 조건을 추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정 전 국가대표 운영지침 '제9조(초상권 및 홍보활동) ⑥항'은 '세계배드민턴연맹에서 정한 홍보 규정 내에서 개인 후원계약을 허용할 수 있다. 단 배드민턴 용품사 및 본 협회 후원사와 동종업종에 대한 개인후원 계약은 제한되며…(후략)'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협회는 '세계배드민턴연맹에서 정한 홍보 규정 내에서 개인 후원계약을 허용할 수 있으며'로 고친 뒤 '그 위치는 규정 내 위치 중 우측 카라(넥)로 지정하며, 수량은 1개로 지정한다'는 문구를 삽입하는 등 당초 규정에 없던 개수 제한을 신설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의 관련 규정에서는 '양쪽 소매·어깨·칼라(카라), 양쪽-중앙 가슴 등 여러 부위 각 1개씩, 총 5개 한도', '유니폼 셔츠 앞·뒷면 적정규격 각 1개' 등 선수의 광고 노출에 관대한 편이다.
협회의 이같은 행태는 선수에게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불만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안세영이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 후원 규제 완화', '정당한 경제적 보상'을 주장한 것에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배드민턴계 관계자는 "관련 조항을 삭제할 게 아니라 유예하는 등 향후 형편에 따라 부활할 여지를 남겼어야 했다"면서 "재정 상태가 호전됐는 데도, 주던 것을 없애버린 채 방치하니 MZ 선수들은 불공정이라 느꼈을 것이다. 안세영의 비판은 결국 '돈' 때문만이 아니라 선수들의 정서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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