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 푸석한 머리에 땀 자국 난 면 티셔츠 하나만 입고 무심하게 권총을 쏘는 중년의 여자 형사.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에서 기존에 없던 중년 여자 형사 윤보민 역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매료시킨 배우 이정은(54)이 작품에 얽힌 비하인드와 고민시, 찬열 등과의 연기 호흡 그리고 호불호가 갈리는 시청자 평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가감없이 전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이정은은 스포츠조선과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에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극 중 이정은은 사건을 일종의 놀이처럼 생각하며 해결해 나가는 강력반 에이스 출신 파출소장 윤보민 역을 맡았다.
먼저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정은은 "평행선을 달리는 두 가족이 한 지점에서 만난다는 부분이 흥미로웠고, 그 안에서 '보민'이라는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작품에서 만나볼 수 없던 중년 여성 형사 역을 맡게 된 데에 대해선 "이런 역할을 기다려왔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이정은은 "넷플릭스나 미드 등에서 소위 연기를 잘 한다고 하는 여성 배우들이 감독들로부터 순경이나 형사 역할을 맡아서 하는 것을 봤다. 오래전부터 이런 역할을 맡게 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제안을 받게 돼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보민 캐릭터가 총을 잘 쏘는 명사수라는 점과 관련해 사격 연습에 몰두하며 캐릭터 완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도 전했다. 이정은은 "다양한 구도에서 총을 쏘는 장면들이 등장하는데, 공포탄과 실탄을 직접 쏘기 위해 명동과 경기도 일대를 찾아다니며 연습했다"면서 "그간 여성 경찰이 총을 직접 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지 않았기에, 사격 선생님께 도움을 받으며 최대한 사실적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에서 윤보민은 사건 해결에 몰두하는 중년 형사로서의 모습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이정은은 이 캐릭터를 통해 "땀에 젖은 면 티셔츠를 입고 사건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감독님이 매우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그녀는 캐릭터의 현실성을 살리기 위해 스타일링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전하며 "보민이라는 친구는 화장이나 머리를 매만질 시간이 없어서 사건 해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윤보민의 이야기 대부분이 생략되었지만, 이정은은 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는 "연출적인 부분 때문에 촬영을 하고도 생략된 신들이 많다. 보민이 남편, 아이와 함께 일상생활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극에서 보민이 사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부각되기 위해 그런 선택이 필요했다고 판단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께 '윤보민 이야기만 따로 스핀오프로 만들어달라'고 요청드리기도 했다"며 웃음지었다.
이어 후배 고민시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그는 "경찰인 제가 범인인 고민시를 체포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날, 현장에 있던 김윤석 배우를 비롯해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이 그녀의 연기에 완전히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질려버렸다"고 회상했다. "그녀의 강렬한 눈빛 연기가 정말 인상적이었고, 머리카락에 가려진 눈에서 본능적인 살인 감각 같은 것이 느껴졌다"며 극찬했다.
배우 찬열과의 만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정은은 "맑은 느낌을 가진 배우더라. 극 중에서 제가 가지고 있던 사진을 다시 돌려주는 장면을 촬영할 때 눈을 봤는데, 이 장면을 기다려 온 것 같았다. 촬영을 하면서 '(극 중에서) 이 친구가 환한 웃음을 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김윤석 배우에 대해서는 "선배님하고는 너무 편하고 즐겁게 촬영했다. 촬영 시간도 길게 걸리지 않을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답했다.
다소 불친절하다고 할 수 있는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의 연출 장면과 대본, 나레이션 등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반응이 나온 것과 관련한 이야기도 전했다. 이정은은 "우려됐던 부분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요즘 트렌드와 다르게 느린 속도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모완일 감독님을 통해 우직하게 밀어붙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정은은 작품이나 맡은 배역에 관한 반응들을 일일이 찾아본다고 밝히기도. 그는 "저는 작품 관련한 반응들을 다 챙겨본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급된 기사들도 찾아서 보기도 하고, 요즘에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나 댓글이 있었을까. 이정은은 어린 시절의 '보민' 역을 맡은 하윤경 배우와 관련해 "'보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냐. 역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있더라. '이정은 연기 좋았다'는 반응도 읽어봤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이정은은 평소 자신에게 도전 과제처럼 주어지는 역할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며 앞으로도 다채로운 배역들을 연기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통해 다시 한번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 스타일을 재확립한 이정은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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