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좋다. 고층 빌딩 숲인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도 넘친다. 모든 게 조용히, 느리게 움직이고 자연의 향연은 계속된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늦여름과 초가을 무렵 가장 빛난다. 수확의 철을 앞두고 노랗게 익은 논과 밭의 작물은 황금물결을 이루고, 산은 색동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시작한다. 자연이 아무리 좋아도, 자연 자체가 주는 여행 만족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미에서 영주와 봉화는 자연과 자연에 어울린 건축물과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교통 접근성이 조금은 떨어져 다양한 매력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지속 가능한 관광'에 적합한 여행지다. 국내 지방 여행의 색다른 맛과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소소한 행복과 여유로움을 직접 체험하는 데 준비는 필요 없다. 낯섦을 견뎌낼 용기만 있다면 충분하다.
한눈에 담기 힘든 수려한 풍경 '청량산도립공원'
경북의 영주와 봉화는 내륙 깊숙한 곳에 있다. 천혜의 자연 환경을 바탕으로 수려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영주와 봉화의 진 면목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청량산도립공원'이다. 청량산은 봉화군 명호면과 재산면, 안동시 도산면과 예안면을 끼고 있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어 예로부터 소금강으로 불렸다.
청량산은 예부터 당대의 학자와 시인 묵객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퇴계뿐만 아니라 원효, 의상, 김생, 최치원 등의 명사가 찾아와 수도했던 산이다. 퇴계 이황의 청량산가에 나오는 6·6봉은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한 12봉을 말한다. 12봉 모두 바위병풍을 두른 듯이 산 위에 솟아있다. 신라 때의 명필 김생이 서도를 닦았다는 김생굴이 있는 곳이 청량산이다. 청량산에는 최치원이 글을 읽었다는 독서대인 어풍대·풍혈대 등의 12대가 있고, 최치원이 마시고 총명해졌다는 총명수와 감로수 등의 약수도 있다. 청량산 남쪽 축융봉에는 옛 산성터가 남아 있는데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와 쌓았다고 하는 청량산성이다.
청량산은 1982년 8월에 경상북도도립공원으로 지정됐고 2007년 3월에 청량사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공원 일부가 국가 지정 문화재 명승 23호로 지정됐다.
제아무리 자연이 좋아도 적당히 여행객의 편의를 돕는 시설과 볼거리가 없다면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9월 청량산도립공원을 방문했다면 인근의 청량산박물관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청량산박물관은 11월 24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기획전 '청량을 읊다'를 진행한다. 유학자들은 청량산을 유람한 뒤 시와 유람록 등 수많은 기록유산을 남겼다. 전시는 퇴계 이황 등 조선시대 문인들이 청량산을 유람하고 그 감흥을 노래한 유산시의 진면목을 대내외에 알리고, 창작 배경이 되는 청량산의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시민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자로 된 유산시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현대어로 번역한 134여 편의 한시와 관련 저자의 문집, 청량산의 사진, 영상자료 등을 전시한다.
눈 없는 특별한 크리스마스 '분천산타마을'
봉화에는 사계절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분천산타마을이 있다. 분천산타마을은 백두대간이라는 자연 자원과 동심을 자극하는 산타클로스 이미지를 접목해 1년 내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조성된 곳이다. 분천2리는 마을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 물길에 여우천의 물길이 흘러든다고 해서 분천이라고 불린다. 산림면적이 95%를 차지할 정도로 산골 마을이다.
분천역은 철암과 분천 사이를 오가는 백두대간협곡열차(V-트레인)가 출발하는 역으로, 분천역 안팎에 산타클로스와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꾸며진 분천산타마을을 만날 수 있다. V-트레인은 낙동강 상류를 따라 달리는 협곡열차로, 백두대간 협곡을 달리는 관광열차다. 분천역, 소망 우체통, 산타 소망 터널, 산타 카페, 먹거리 장터, 산타 슬라이드, 농·특산물 판매 부스, 대형 트리 등이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분천역에는 겨울(12월 ~2월)과 여름철(7월~8월)에 산타마을이 열린다. 9월 분천산마을은 열리지 않지만,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스노우하우스와 산타하우스, 루돌프하우스는 사진촬영 명소다. 산타마을은 핀란드 '로바니에미'에 있는 산타마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통 건축물의 매력 속으로 '부석사·소수서원'
봉화가 자연의 풍경과 현대적 시설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면, 영주는 전통 건축물과 함께 한국 특유의 고즈넉함이 인상적인 곳이다. 건축가들에게 한국 전통 건축의 특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사찰을 말하라면 대개 영주 부석사를 빼놓지 않는 이유다.
부석사는 전통 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멋과 맛을 모두 갖추고 있다. 부석사가 위치한 봉황산은 선달산에서 다시 서남쪽으로 뻗은 줄기에 위치한다. 화엄종의 본찰로 초조인 의상 이래 그 전법 제자들에 의해 지켜져 온 중요한 사찰이다. 경내에는 신라유물인 무량수전 앞 석등(국보 제17호), 석조여래좌상(보물 제220호), 삼층석탑(보물 제249호), 당간지주(보물 제255호) 등이 있고, 고려시대 유물인 무량수전(국보 제18호), 조사당(국보 제19호), 소조여래좌상(국보 제45호), 조사당벽화(국보 제46호), 고려각판(보물 제735호), 원융국사비(도유형문화재 제127호), 삼층석탑(도유형문화재 제130호) 등이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본전으로 신라 형식으로 보이는 석기단 위에 초석을 다듬어 놓고 정면 5칸, 측면 3칸으로 배치했다. 조사당벽화는 목조건물에 그려진 벽화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현재 유물전시관에 보관돼 있다.
소수서원은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전통 건축물이다. 조선 중종 38년(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워 서원의 효시이자 최초의 사액서원이 된 소수서원은 수많은 명현거유 배출은 물론 학문탐구의 소중한 자료를 보관 중이다. 경내에는 강학당(보물 제1403호), 일신재·직방재, 학구재, 지락재, 장서각, 문성공묘(보물 제1402호) 등이 있고 안향 초상(국보 제111호), 대성지성문선왕전좌도(보물 제485호)등 중요유물과 각종 전적이 소장되어 있다.
소수서원을 둘러봤다면 인근의 문수면 수도리 무섬마을도 방문하는 게 좋다. 무섬 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수도리는 고택과 정자로 이루어진 전통마을로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경북 북부지역의 전형적인 양반집 구조인 'ㅁ'자형 전통가옥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내성천이 마을의 3면을 감싸 흐르고 있으며 그 가운데 섬처럼 떠 있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강을 따라 은백색 백사장이 펼쳐지며 맞은편에는 소나무, 사철나무 등이 숲을 이룬 나지막한 산들이 이어진다. 강 위로는 다리가 놓여있어 마을과 마을을 잇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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