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7일 오전 광주.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 숙소 앞에 버스 한 대가 도착했다. 구단 로고가 랩핑된 선수단 버스가 아닌 일반 관광버스. 다양한 연령층이지만 키움 홈, 원정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속속 내리기 시작했다. "자~ 이제 선수들 만나러 갑니다"라는 인솔자의 멘트 하에 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질서정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키움이 최근 여행사와 함께 기획해 내놓은 '영웅원정대'.
비수도권 원정 경기 입장권과 1박2일 숙박 및 식사, 왕복 교통비가 포함된 패키지 투어다. 지난 8월 16~17일 부산 롯데전 원정에 63명의 팬이 참가했고, 두 번째 프로그램이 진행된 이번 광주 KIA전 원정에 60명이 참가했다. 60명 모집에 400명이 넘는 팬들이 지원하며 열기를 실감케 했다. 지난달 부산 원정에 동행했던 일부 팬들이 광주 원정에 다시 참가하기도. 적지 않은 비용임에도 아낌 없이 지갑을 열었다.
이날은 7~8일 이틀 간 진행되는 영웅원정대 첫 번째 날 일정. 새벽길을 달려 광주에 도착한 직후 첫 일정이 이날 선수단 숙소 방문이었다.
6일 광주 KIA전에서 0대14로 패했던 키움. 7일에도 KIA와의 승부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먼 길을 달려온 팬들을 위해 금쪽 같은 휴식 시간을 쪼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송성문 이주형 등 6명의 선수들이 숙소를 찾은 팬들과 만나 사인회 및 셀카 타임을 가졌다. 응원단과의 레크리에이션 및 경품추첨 이벤트도 진행됐다.
선수단 숙소는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휴식 및 재충전의 공간. 팬은 물론 외부 관계자에 절대로 공개되지 않는 '성역'과 같은 곳이다. 이 곳을 일반 팬이, 그것도 페넌트레이스 일정이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방문하는 건 전례 없는 일. 코치진 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생경함을 넘어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팬들을 맞이한 선수들은 오히려 기쁜 눈치. 송성문은 "원정까지 와 응원해주신 덕분에 경기 전부터 힘이 난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며 "시즌 중이라 (팬 방문이) 경기력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선수들이 경기도, 팬 서비스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키움 홍원기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드러냈다. 그는 "팬 호응이 굉장히 좋았다고 들었다. 선수들도 경기력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 그런 팬 서비스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며 "열성적인 팬들과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나는 긍정적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KBO리그 천만관중 시대를 이야기 하는데, 구단-선수 모두 그에 걸맞은 팬 서비스를 해야 한다. 불편함이 조금 있더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다음 시즌에도 팬 투어를 정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해외 스프링캠프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만 관중 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KBO리그. 야구가 산업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과정에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들불 같이 번진 관중 유입이 한 때의 유행으로 지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팬들이 지속적으로 야구장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천만 관중이 한 때의 유행이 아닌 프로야구의 기반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키움이 과감하게 시행하고 있는 색다른 팬 서비스는 다른 구단들도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창의적 기획으로 평가받는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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