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부산국제영화제 최초 OTT 개막작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넷플릭스 영화 '전,란'(김상만 감독, 모호필름·세미콜론 스튜디오 제작). 조선 최고의 무신 박정민과 그의 몸종이 된 강동원의 파격 설정부터 두 사람을 둘러싼 호화로운 앙상블까지 타이트하게, 제대로 들어갔다.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과 그의 몸종이 왕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전,란'은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개막작 기자시사를 통해 전 세계 최초 공개됐다.
이날 기자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은 '전,란'은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한 서사로, 선조 25년 당시 발생한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권세 높은 무신 출신 양반가 외아들 종려(박정민)의 무예 실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했던 몸종 천영(강동원)은 자신의 신분인 노비에서 면천되길 갈망하는 캐릭터다. 종려의 장원급제를 돕는 대가로 노비 면천을 약속 받지만 계획되로 되지 않으면서 둘의 사이가 파국으로 치닫고 그렇게 '전,란'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전,란'은 종려와 천영의 신분 차이부터 시작해 자신의 안위만 신경 쓰는 안하무인 왕에 고통받는 백성들의 울분까지 촘촘하게 밀도를 높여가며 켜켜이 분노를 쌓는다. 전란 보다 더 잔인하고 지옥과도 같은 현실을 오롯하게 스크린에 펼쳐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증폭시킨다. 여기에 이따금 터지는 숨통 트이는 웃픈 상황까지 보는 이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한다.
촘촘한 서사에 익힘 정도 아주 타이트하게 맞아떨어진 배우들의 열연도 '전,란'의 풍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신분은 천하지만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갖춘 천영 역의 강동원은 '군도:민란의 시대'(14, 윤종빈 감독) 이후 10년 만에 사극 재도전에 나섰는데 '군도'에서 탄성을 자아낸, 이른바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멋진 비주얼은 '전,란'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대신 10년간 시달렸던 연기 호불호를 극복하고 굳은살로 단단해진 묵직한 연기로 진정한 멋을 승화해 눈길을 끈다. 천영을 몸종으로 들이는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외아들이자 무과 급제 후 선조의 호위를 맡게 되는 종려 역의 박정민 또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완벽한 열연으로 강동원의 도련님 역할을 톡톡히 소화한다. 두 사람의 케미의 정점은 영화 중반부 펼쳐지는 검술. 흑과 백, 창과 방패와 같은 팽팽한 긴장감과 묘한 브로맨스까지 더해지면서 장대한 서사극의 깊이를 완성했다.
비단 주연인 강동원, 박정민뿐만이 아니다. '부산행'(16, 연상호 감독)의 용석(김의성)을 뛰어넘는 새로운 '명존쎄'의 탄생 그 자체였던 차승원은 비열하고 잔혹한 선조로 역대급 빌런을 자처했고 걸크러시한 매력으로 의병을 진두지휘하는 범동 역의 김신록, 양반 출신으로 난세에 민중을 이끌고 위기를 헤쳐 나가는 의병장 김자령 역의 진선규도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다. 압권은 등장부터 오한을 유발하는 섬뜩한 일본군 선봉장 겐신 역의 정성일이다. 지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김은숙 극본, 안길호 연출)의 '젠틀한 개XX'를 뛰어넘는 카리스마로 극을 압도한다.
부산을 뜨거운 감자로 만든 '전,란'은 확실히 대중적인 코드를 겨냥한 부산의 빅픽쳐를 확실하게 실현하는 문제작임이 틀림없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주춧돌이 될 '전,란'은 반드시 스크린으로 봐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126분이다.
한편, '전,란' 오는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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