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승엽, 나가!"
예상은 됐지만, 실제 현장은 더 충격적이었다. 결과가 좋지 않으니, 그 화살이 모두 이승엽 감독에게 돌아갔다.
두산 베어스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0대1로 패했다. 4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2경기 중 1승만 하면 되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KT의 기세에 눌리며 사상 최초 업셋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1차전과 2차전, 종합해보면 '물방망이' 타선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밀렸다. 두산은 2경기 무득점 굴욕을 맛봐야 했다. 아무리 투수가 막으려 애를 써도 도저히 이길 수가 없었다.
이 감독은 지난해 감독 첫 시즌 팀을 5위로 가을야구에 올려놨지만, 팬들에게 야유를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선수 시절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야유에, 감독으로서의 무게감을 느꼈을 듯.
올해도 험난했다. 외국인 투수들의 줄부상에 투수진이 망가지기 직전. 불펜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용단으로 그나마 위기를 넘겼지만, 혹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1차전을 패한 탓이었을까. 2차전을 앞두고 선수단 소개 시 이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자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왔다. 그리고 믿기 힘든 2연패를 당하자 잠실구장 중앙 출입구 쪽에 팬들이 진을 쳤다. 그리고 일제히 "이승엽, 나가"를 외쳤다. 구장 2층에서 진행된 경기 후 공식 인터뷰가 힘들 정도로 큰 목소리가, 장시간 울려퍼졌다.
팬들은 이 감독이 삼성 라이온즈 출신인 걸 강조하려는 듯 삼성 시절 응원가를 부르고, 적장 이강철 감독이 나가자 이 감독을 연호하기도 했다.
이게 팬들의 강력한 분노 표출이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흐른 후 선수들 응원가를 부르는 등 이 감독을 향한 공격이 희석되는 느낌이다가, 이 감독이 나오기를 기다리겠다는 듯 계속해서 팬들의 연호는 멈추지 않았다.
경기 후 미팅을 위해 구장에 남아있던 이 감독도 이 소리를 듣지 않을 수 없었을 듯.
이 감독 전, SSG 랜더스 이숭용 감독도 KT와의 타이브레이커 역전패 후 팬들에게 둘러싸여 '이숭용, 나가'를 들어야 했다.
팬들의 권리로 정당한 비판은 좋지만, 이렇게 중요한 경기나 시리즈에서 패할 때마다 모든 감독들에게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지 않을지는 걱정도 되는 현장이었다.
감독들이 일부러 지려고 나쁘게 하는 사람이 있을까. 최선을 위한 선택을 하다보면 성공을 할 때도, 실패를 할 때도 있다. 이 감독이 와일드카드 2경기 동안 엄청난 비판을 받을만한 선택을 했다고 보여지는 건 없었다. 다만, 모든 프로 세계의 책임은 감독이 진다는 사실은 분명하기에 참 어려운 문제다.
선수들에게는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면서, 뭔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 전가하는 최근 문화는 짚어봐야 할 필요가 있다.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 아닌가.
잠실=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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