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이런 코미디가 있나."
배드민턴계는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끊이지 않는 '헛발질' 행정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협회는 최근 '김택규 회장 반대파' 임원을 해임하기 위한 임시대의원총회를 추진하려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경고를 받고 취소하는 소동으로 빈축을 샀다. 9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실패한 반대파 숙청 총회' 해프닝이 전개되는 과정에는 한심스러운 사연 등이 숨어있었다. 협회가 반대파 임원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11일)를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은 지난 6일 스포츠조선 보도를 통해서였다. 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불신임 대상이 김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협회의 부실 행정에 비판 입장을 보여 온 부회장(5명)과 이사여서 논란이 커졌다. 이 보도를 접한 문체부는 7일 점심시간 직전, 협회에 전화 통보와 함께 임시총회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문체부는 공문에서 정관 제11조 제3항(해임안은 재적대의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발의된다)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른바 '법(정관)'에 따른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니 하면 안된다는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날 오후 협회가 문체부의 요구에도 총회를 강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다. 당시 협회 측은 "확정된 건 없다"면서도 '유권해석상 시각차'를 언급하며 문체부의 제동을 순순히 수용할 수 없음을 내비쳤다. 협회는 "현재 단계는 대의원 3분의1이 정관에 맞춰 총회 개최를 요구했으니 정관에 따라 총회 개최를 공지한 것 뿐이다. 일단 총회를 열고 임원 불신임건을 상정할지는 표결에 부쳐서 다룰 예정이었다"면서 "문체부는 안건이 이미 상정된 것으로 보고 중단 요구 공문을 보냈는데, 해석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협회의 중대한 실책이자, 무능력 행정의 극치를 보여준 사례였다. 협회는 총회 개최 통보 공문에 스스로 '덫'을 놓았다. 지난 4일 오후 각 시·도협회와 산하 연맹에 보낸 공문에서 총회 일시·장소와 함께 '부의안건 : 대한배드민턴협회 임원의 불신임'이라고 명확하게 기재했다.
안건 상정은 과반의 대의원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총회 개최 요구 요건(3분의1 이상)만 갖춘 상태에서 상정 절차도 밟지 않은 안건을 공문에 미리 못박은 것이었다. 이는 곧 정관 위반을 자인하는 꼴이 돼 버렸고, 문체부는 예리하게 짚어냈다. 서두르느라 결정적인 '덫'에 걸렸으니 총회를 강행할 동력이 떨어졌다.
여기에 '역풍'도 만만치 않았다. 총회 강행 소문이 돌자 전국체전을 위해 경남 밀양에 모여있던 배드민턴계는 크게 요동쳤다. 엘리트 출신뿐 아니라 중립적이던 생활체육계에서도 '해도 너무한다'는 불만이 나왔다. 밀양에서 삼삼오오 모여 협회의 처사를 성토하는 과정에서 '반김택규' 여론이 되레 결집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한다. 해임 대상에 오른 임원들은 민·형사상 법적 대응도 준비하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표결에 부쳐 해임안 통과(재적대의원 3분의2 이상 찬성)가 무산되면 김 회장에게 치명타가 될 것이다"면서 "협회의 잦은 독단에 질려서인지, 임시총회를 열어도 표 대결에서 이길 수 있으니 총회를 해도 좋다는 의견도 많았다"고 했다.
결국 협회는 7일 오후 '관계기관의 권고를 받아들여 임시총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꼬리를 내렸다. 지난 8월에도 협회는 '안세영 발언 사태' 관련 밀실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렸다가 문체부의 제동에 막힌 적이 있다. 한국 배드민턴을 대표하는 기구인데, 배드민턴계의 부끄러움 대표주자가 된 협회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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