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김윤수인가 했더니, 이유가 있었네.
삼성 라이온즈가 천금의 승리를 따냈다.
삼성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0대4로 승리, 75.7%의 확률을 가져갔다. 역대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은 33팀 중 25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삼성과 박진만 감독은 걱정이 많았다. 상위팀은 오래 쉬어 체력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1차전 경기 감각에 문제를 드러낸다. 여기에 삼성은 최지광과 백정현의 부상, 오승환의 부진으로 불펜 전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였다.
하지만 모든 걱정을 날리듯 초반부터 삼성의 페이스대로 경기가 흘렀다. 1회부터 LG 선발 최원태를 상대로 디아즈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냈고, 3회 구자욱의 스리런포를 시작으로 김영웅, 디아즈의 홈런이 연달아 터지며 점수차를 크게 벌렸다.
6회까지 6-1로 앞섰다. 그런데 3차전 선발로 내정된 레예스가 7회초 마운드에 또 올랐다. 투구수를 아껴줄 필요가 있었는데, 6점차에도 레예스가 올랐다는 건 그만큼 불펜진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힘이 떨어진 레예스가 정타를 허용하기 시작한 것. 문보경과 박해민에게 안타를 맞아 2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삼성 벤치는 그 때서야 투수를 교체했다. 송은범. 문제는 송은범이 문성주의 직선타에 왼손을 맞아 실점함과 동시에 강판됐다는 점이다.
삼성은 3차전 선발로 내정된 이승현을 급하게 올렸다. 이승현이 강타자 홍창기를 1루 땅볼로 유도하며 불을 끄나 했는데, 삼성 1루수 디아즈의 어처구니 없는 실책으로 점수 2점을 더 내주는 동시에 추가 실점 위기까지 몰렸다. 그리고 신민재가 점수차를 3점으로 좁히는 적시타까지 때려냈다.
계속되는 2사 1, 2루. 타석에는 LG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 오스틴. 임창민의 등판이 예상됐다. 박 감독은 경기 전 "김태훈, 이상민, 임창민이 필승조"라고 공언했다. 가장 큰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을 투수는 임창민으로 보였다.
하지만 박 감독의 선택은 김윤수였다. 시리즈 전 연습경기에서 무려 156km 강속구를 던지며 주목받은 투수. 상무 군 복무를 마치고 올시즌 도중 합류해 큰 기대를 모았는데, 복귀전인 7월1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⅔이닝 볼넷 4개를 내주며 4실점으로 무너진 후 2군에 내려갔었다. 구위는 좋지만, 제구에 불안이 있는 투수를 압박감이 심한 큰 경기, 그것도 승부처에 넣는다는 건 엄청난 모험이었다. 김윤수는 포스트시즌 출전 기록이 2021 시즌 플레이오프 1경기 뿐인데, 그날도 2안타 1실점하며 좋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오스틴 상대 초구부터 150km 강속구를 자신있게 꽂아넣었다. 2구째 허를 찌르는 커브로 다시 스트라이크. 그리고 3구 152km 강속구에 오스틴의 방망이가 헛돌아갔다. 하마터면 승기를 LG쪽으로 내줄 뻔한 순간, 김윤수의 퍼포먼스로 승리의 여신은 다시 삼성쪽으로 미소지었다.
김윤수는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선두 김현수를 사구로 내보내며 고질(?)을 보여줬다. 교체. 그래도 오스틴 타석 투구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경험, 제구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순간 위기를 넘길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는 속구라는 걸 김윤수가 보여줬다. 선수를 믿고 기용한 박 감독의 기지도 대단했다.
이렇게 돈 주고 살 수 없는 경험을 하며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다. 이번 플레이오프 오승환을 보지 못하는 삼성팬들은 '제2의 오승환'의 등장이 반가울 것 같다.
대구=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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