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주자 없을 때 못 치는 게 무슨 흠이 되겠는가.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에 관한 얘기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타니는 포스트시즌서 주자가 있을 때와 없을 때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17일(이하 한국시각)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3차전에서도 주자 유무에 따라 타격 결과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리드오프 지명타자로 출전한 오타니는 1회초 1루수 땅볼을 쳤다. 메츠 우완 선발 루이스 세베리노의 초구 95마일 한가운데를 파고드는 직구를 끌어당긴 땅볼이 1루수 피트 알론소 정면으로 흘러 아웃됐다.
2-0으로 앞선 3회에도 선두타자로 들어선 오타니는 풀카운트에서 세베리노의 96.7마일 몸쪽 직구를 볼로 골라 걸어나갔다.
5회에도 선두타자로 타석에 선 오타니는 세베리노의 2구째 85.2마일 몸쪽으로 바짝 붙는 스위퍼를 걷어올렸지만, 우측으로 높이 뜨면서 우익수 스탈링 마르테에 잡혔다.
6회초 2사 2루서 키케 에르난데스가 좌중간 투런홈런을 터뜨려 4-0으로 점수차가 벌어진 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오타니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볼카운트 1B2S에서 상대 우완 리드 개럿에 3구 삼진을 당했다. 원바운드로 떨어지는 92.4마일 커터에 방망이를 헛돌렸다.
주자가 없는 첫 4타석에서 볼넷 1개를 얻었을 뿐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로써 이번 포스트시즌서 오타니는 주자 없는 상황에서 22타수 무안타 3볼넷 11삼진을 기록하게 됐다.
그러나 8회 1사 1,2루 득점권 상황에서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지 중계 해설을 맡은 명예의 전당 투수 존 스몰츠는 "모든 것이 거대해지는 10월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오타니는 원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우완 타일러 메길의 2구째 몸쪽 낮은 89마일 커터를 끌어당겨 우측 파울폴 위를 지나 외야석 두 번째 데크에 꽂히는 대형 3점 아치로 연결했다. 발사각 37도, 타구속도 115.9마일(186.5㎞), 비거리 397피트(121m)였다. 홈런 여부가 애매해 심판진이 리뷰를 확인한 결과 홈런이 인정됐다.
MLB.com은 '스몰츠가 비율 얘기를 했는데, 오타니가 메길의 커터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망원경이 필요하다'고 평했다. 스몰츠의 예상대로 '거대해지는' 포스트시즌서 오타니가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고 한 것이다.
스코어링포지션에서 오타니의 방망이가 여지없이 폭발했다고 보면 주자가 없던 앞선 4타석은 굳이 되돌아볼 필요가 없었다.
오타니는 지난 9월 20일 론디포파크에서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시즌 49,50,51호 홈런 3방을 포함해 6타수 6안타 10타점을 치며 50-50을 달성한 이후 이날까지 득점권에서 20타수 17안타를 때려냈다. 이번 포스트시즌만 따지면 6타수 5안타다.
이 기록으로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통틀어 득점권 20타수 단위로 가장 많은 안타를 친 선수가 됐다. 종전 기록 역시 다저스 선수가 갖고 있었다. 1962년 다저스 외야수 프랭크 하워드가 19타수 16안타를 친 바 있다.
경기 후 동료 무키 베츠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왜 오타니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그는 매일 필드에서 최고의 선수다. 아, 주자가 없을 때 안타가 하나도 없군. 누가 신경쓰나? 오타니 쇼헤이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 모든 사람이 그가 누구인지 안다. 모두 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긴 그게 문제다. 그는 당신이 기대할 때마다 많은 일을 해냈다. (득점권)20타수를 위한 사람, 그게 오타니다."
이로써 오타니는 생애 첫 가을야구 무대에서 이날까지 8경기에 출전해 타율 0.226(31타수 7안타), 2홈런, 8타점, 6득점, 6볼넷, 13삼진, OPS 0.770을 기록 중이다. 한 번의 도루 시도를 실패해 아직 도루는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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