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고 3학년인 (원)호연이는 지난 연말에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고 중학생 시절 방황도 했던 호연이가 지각 한 번 하지 않는 성실한 학생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경기고 총동창회에서 경기고 장학금 취지에 맞는다며 장학금을 전달했다. 지난 3년간 눈부시게 성장한 호연이의 사연이 선배들에게 벅찬 울림을 선사했다.
서울림운동회가 만든 긍정적인 변화다. 호연이는 1학년부터 매년 서울림운동회(주최·주관 서울시장애인체육회-스포츠조선, 위피크, 후원 서울시-서울시교육청-문화체육관광부-대한장애인체육회-서울대 스포츠진흥원-건강한신체활동연구소)에 참가했다. 이명순 경기고 특수교사는 호연이가 서울림운동회에 나선 뒤 모범생으로 바뀌었다고 귀띔했다. 호연이는 올해는 어엿한 맏형이자 최다 출전자로 오는 11월 2일 서울대종합체육관에서 열리는 '장애-비장애 학생이 함께 달리는 운동회' 서울림운동회에 참가한다.
대회 준비에 한창인 17일 서울 삼성동 경기고 체육관에서 만난 호연이는 "2년 연속 경험한 서울림운동회는 확실히 재밌다. 친구들을 만나 같이 운동하는 게 좋고, 단합심과 협동심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고는 올해 골밑슛 릴레이, 단체 줄넘기 2종목에 출전한다. 호연이는 골밑슛 릴레이 훈련 중 후배 (장)영우 옆에 딱 달라붙어 '대각선에서 슛을 쏘면 더 잘 들어간다'는 등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을 건넸다. 막간을 이용해 '누가 골을 많이 넣나' 미니 게임을 제안하기도 했다. 패스가 빗나가고, 슛을 놓쳐도, 입가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골밑슛 릴레이는 개인 능력이 중요한 종목이지만, 서울림운동회가 '기록'보다는 '화합'과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호연이 담임교사' 문형욱 특수교사는 "서울림운동회는 승부보다 배려와 어울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기고 서울림 멤버인 (권)해솔이, (김)현수, (정)동건이는 평소 특수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돕는 '좋은 친구'다. 교실에서, 체육관에서 '서로 어울림'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간다.
올해 경기고의 캐치 프레이즈가 '함께 뛰는 우린 따뜻한 삶의 주인공'이라고 밝힌 이명순 특수교사는 "학생들끼리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오른쪽에서 슛을 하는 게 편한지, 왼쪽에서 골밑슛을 하는 게 편한지 서로 의견을 모아서 다음주 훈련에선 위치를 바꿔보는 식이다. 단체줄넘기의 경우, 개인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라, 서로 화합해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1학년 현수는 "장애가 있는 친구와 같이 지내는 '좋은 친구'를 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농구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서울림운동회 참가 신청을 했다. 서로 협력하며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이 첫 출전인 2학년 (정)현제는 "서울림운동회는 장애-비장애인이 함께 운동을 하면서 협력하고 실력도 늘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들었다. 실제로 활동을 해보니 그런 것 같아서 정말 인상깊다. 시간이 부족하지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문형욱 특수교사는 "1학년 때부터 대회에 나간 학생들은 어떤 대회인지 알기 때문에 더 나가고 싶어하는 욕심이 많다. 3학년들은 마지막 대회라는 것에 한편으론 아쉬워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호연이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 중 고3은 나와 (임)수민이 둘뿐"이라며 "동생들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고 있다. 이번에 준비를 하면서는 특히 보좌하는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회에서 경기고가 골밑슛 릴레이에서 3위, 단체줄넘기에서 2위에 오른 것을 떠올린 호연이는 "올해는 1위가 목표다. 그러기 위해선 남은 2주 동안 더 빡세게 훈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날 경기고는 한 시간 남짓 단체줄넘기, 골밑슛 릴레이 순으로 맹훈련을 이어갔다. 조정훈 생활지도부장은 골밑슛 릴레이 훈련 중 '작년 1등 팀이 90개를 기록했다'면서 학생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조정훈 부장은 "정해진 규칙 안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다보면 학생 본인도 몰랐던 승부욕이 나오고 목표를 이루다보면 성취감도 생긴다. 대회를 준비하고, 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 나중에 학생들이 사회 생활을 하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바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작은 바람이 큰 바람이 된다. 입학 후 3년째 서울림에 개근한 선배들과 '좋은 친구'가 함께 뛰는 경기고는 큰 바람을 만들기 위해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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