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투구수를 늘리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다."
KIA 타이거즈가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까지 갔다.
KIA는 2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9대2로 승리, 이제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더 하면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게 됐다.
정규시즌 우승팀으로 전력에서 앞서는 KIA였고, 광주에서 열린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쓸어담으며 유리한 고지를 점한 KIA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3차전을 패했다. 여기에 4차전 삼성 선발이 1차전에서 완벽한 투구를 한 원태인이었다. 자칫했다가는 시리즈 균형이 맞춰질 수 있었고, 그렇게 되면 아무리 홈에서 남은 경기들을 치른다 해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삼성도 원태인이기에 4차전 승리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원태인이 1회부터 흔들렸다. 구위, 제구도 정상이 아니었다. 선두 박찬호에게 내야안타를 맞을 때부터 뭔가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사실 이날 경기 결정타는 일찌감치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번 김선빈의 2루타를 주목해야 한다. 김선빈이 2루타를 쳐 무사 2, 3루가 됐고 KIA가 선취점을 냈다.
그 점수 때문일까. 아니다. 김선빈은 원태인을 상대로 무려 10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계속해서 원태인이 카운트를 잡고자 하는 공을 커트해냈고, 7번 파울을 만들어낸 끝에 10구째 공을 받아쳐 2루타로 연결시켰다. 원태인이 여기서 아웃을 잡았다면 모를까, 2루타를 허용하니 안그래도 힘든 상황에서 힘이 더 빠질 수밖에 없었다.
원태인은 1회에만 무려 32개의 공을 던졌다. 2회까지 55개. 삼성은 믿을만한 필승조가 부족해 선발이 최소 6회, 길게는 7~8회까지 끌어줘야 하는 팀 사정이었다. 그런데 경기 초반 원태인이 흔들려버리니 삼성의 게임 플랜 전체가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김선빈의 첫 타석 끈질긴 승부가 결정타였다.
원태인은 1차전 비로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 단 66개의 공으로 KIA 타자들을 요리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커트를 해내며 원태인의 투구수를 늘리려 했던 것일까. 김선빈은 경기 후 "그런 건 아니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타구가 계속 나왔기애, 적극적으로 타격을 했다. 그 과정에서 파울이 많이 나오며 투구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하며 "내가 느끼기에는 원태인의 구위가 1차전과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KIA는 이날 4번 최형우가 허리부상으로 빠지며, 감이 좋은 김선빈을 2번에 전진배치 시켰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돼버리고 말았다.
대구=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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