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대만)=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일본 무대를 평정한 투수를 만루포 한 방으로 침몰시켰다.
'천재'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타이베이의 하늘을 두 번이나 찢었다. 김도영은 14일(이하 한국시각)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펼쳐진 쿠바와의 2024 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2차전에서 2-0으로 앞서던 2사 만루에서 좌월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7회말에도 좌월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멀티 홈런 및 5타점의 '원맨쇼'를 완성했다.
이날 쿠바 선발은 리반 모이넬로.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그와 내년부터 시작되는 4년 총액 40억엔(약 360억원) 계약을 했다. 지난해까지 불펜 투수로 뛰었으나, 올해 선발로 전환, 11승5패, 평균자책점 1.88,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 0.94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WHIP 모두 소프트뱅크가 소속된 퍼시픽리그 1위. 성적만 놓고 보면 대만전 선발로 나섰던 린위민(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보다 한 수 위였다.
1회를 잘 막았던 모이넬로는 2사후 문보경에 2루타를 내준 뒤 박성한 최원준에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홍창기에 볼넷을 내주더니 신민재에 몸에 맞는 공을 던져 밀어내기로 추가점을 내주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이 상황에서 김도영이 타석에 섰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던 김도영은 모이넬로가 뿌린 초구를 기다렸다는 듯 걷어 올렸다. 크게 뜬 타구는 쿠바 좌익수가 일찌감치 추격을 포기했을 정도. 타구를 확인한 김도영은 고개를 숙인 채 1루측 쿠바 더그아웃을 향해 배트를 던지는 '빠던'까지 선보여 이날 톈무구장을 찾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모이넬로는 윤동희를 삼진 처리하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웠지만, 더 이상 마운드에 설 수 없었다.
대만전에서도 김도영은 단연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린위민을 상대로 좌측 펜스 직격 2루타를 때리면서 추격 타점을 올렸고, 6회초엔 볼넷을 골라 출루하더니 곧바로 2루를 훔쳤다. 대만 포수가 뿌린 공이 2루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슬라이딩으로 안착하는 엄청난 스피드로 3만3000여 관중을 놀라게 했다. 패배 뒤에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으나 다들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남은 경기 모두 이길 수 있다"며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노력하기도. 쿠바전 그랜드슬램으로 자신과의 다짐을 지켰다.
김도영은 15일 타이베이돔에서 일본과 만난다.
'한 수 위'로 꼽히는 일본이지만, 올해 KBO리그를 평정한 김도영 만큼은 경계하는 눈치. KIA와 KBO리그를 넘어 세계 무대에 도전장을 낸 김도영에게도 일본전은 자신의 기량과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무대다. 지난해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일본전 2경기 부진의 아쉬움을 떨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김도영은 "모이넬로의 공을 보니 왜 일본에서 1위를 했는 지 알 수 있었다. 오늘은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일본 선발 투수도 굉장히 좋은 투수라 들었다. 오늘(모이넬로의 공)과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오늘과 같은 마음 가짐으로 타석에서 신경써야 할 것만 생각하며 부딪쳐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타이베이(대만)=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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