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시마(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거부감은 전혀 없어요. 저를 많이 쓰시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SSG 랜더스 신인 내야수 박지환은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냈다. 최종 성적은 타율 2할7푼6리 63안타-4홈런-21타점 OPS 0.703. 숫자로만 보면 평범한 성적이지만, 후반기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지기 전까지는 야수 1순위 신인왕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활약했다.
박지환은 이번 일본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참가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유망주 위주 캠프라 1군 주전 선수들은 전부 제외됐지만, 박지환은 동기 정준재, 최현석 등과 함께 참가했다. 내년이 2년차인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양도 가장 많은 편이다. 얼리 훈련부터 야간 훈련까지 거의 쉬지 않고 하루종일 훈련을 한다.
가장 큰 변화는 외야 수비 훈련. 박지환의 고교 시절 주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그리고 올해 주포지션은 2루수, 서브 포지션은 3루수였다.
이유가 있다. SSG에는 신인이 넘기 힘든 큰 산들이 있다. 주전 유격수 박성한 그리고 3루수 최정을 밀어내고 자리를 차지할 수가 없다. 원래 유격수였던 박지환의 포지션 이동이 불가피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외야도 추가됐다. 주전 외야수로 나갈 가능성은 현재까지 낮아보이지만, 상황에 따라 교체로 투입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이숭용 감독은 올 시즌 중반부터 이 구상을 시작했었다.
새 경쟁자들이 늘어난 2루, 3루, 유격수까지 내야는 비교적 탄탄하지만 상대적으로 외야가 헐겁다. 추신수가 은퇴하면서 지명타자 자리까지 더 폭넓게 사용할 수 있게된만큼 타격 자질이 있는 박지환을 최대한 더 유용하게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다.
박지환도 이숭용 감독에게 설명을 들은 후 충분히 이해하고 곧장 받아들였다. 감독이 자신을 한번이라도 더 쓰기 위해 변화를 준다는 것을 기분 좋게 생각했다.
박지환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어떻게 해서든 저를 뛰게 하려고 해주시는 거다. 감독님께서도 제게 '어떻게 해서든 너에게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한다'고 이야기 하셨다. 저는 아직 어리다. 이제 겨우 2년차인데 저에게 기회를 많이 준다고 이야기 해주시는 것 자체가 좋다. 거부감은 없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기회를 많이 주신다는 건데, 그게 동기부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래서 초보 외야 수비 수업까지 듣느라 정신이 없고 바쁘지만, 즐겁게 하고 있다. 워낙 타고난 운동 능력과 이해력이 좋은 선수다.
다만,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외야 수비 글러브는 팀 선배인 최지훈의 것을 빌려왔다. 박지환은 "지훈 선배님께 '혹시 글러브 하나 남는거 있으시면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여쭤봤더니 '가방 안에 있는거 가져다 쓰라'고 선뜻 이야기 하셨다. 우리나라에서 중견수로 수비를 가장 잘하는 선배님꺼니까 더 야심차게 빌려왔다"며 미소지었다.
후반기 타격폼 안정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박지환은 강병식 타격코치에게 SOS를 쳤다. 강병식 코치는 하체를 많이 활용하는 박지환 특유의 타격폼을 감안해 밸런스가 흐트러지지 않고 일정하게 유지하게끔 하는 방법을 훈련을 통해 도와주고 있다. 박지환은 "제가 워낙 다리로 타이밍을 잡는 편이다보니까 그런 부분이나 손 위치도 최대한 일관적으로 가져갈 수 있게끔 강병식 코치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동시에 벌크업 프로젝트도 가동된다. 워낙 호리호리하고 마른 체형이라 몸집을 대단히 크게 바꿀 수는 없지만, 조금만 더 근육과 체격을 키우면 힘이 붙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올 시즌은 1군에서 계속 뛰면서 2~3kg가 빠졌던 그다.
"태어났을 때는 4.2kg 우량아였고 어릴때까지 계속 통통했었다"고 주장한 박지환이지만, 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는 살이 잘 붙지 않았다. 지금도 캠프에서 매일 아침 식사와 야식까지 챙겨먹고 있고, 귀국 후 휴식기에도 살 찌우고 근육을 붙이는데 힘쓸 예정이다.
박지환은 "저는 안먹으면 빠지고, 많이 먹으면 조금 찌는데 다음날 다시 원상 복구되는 스타일이다. 하루에 최소 4끼, 많으면 6끼를 먹을 생각을 하고 있다. 한번에 그냥 살만 찌면 안돼서 트레이닝 코치님들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제 첫 비시즌을 잘 보내볼 생각이다. 휴식은 많아봤자 4일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지환은 "1군에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많이들 기대하시는 것 같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이제 신인이 아니니까, 내년부터는 더 성장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2025년을 바라봤다.
가고시마(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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