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톱클래스 반열에 오른 선수들이 자존심을 세워달라며 요구하는 것은 결국 '돈'이다.
'스테로이드 홈런왕' 배리 본즈와 관련해 유명한 일화가 있다. 본즈는 1992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FA로 풀린 뒤 당시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액인 6년 4375만달러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했다. 평균연봉(AAV) 700만달러를 넘긴 최초의 선수가 본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1996년 시즌이 끝난 뒤 본즈를 웃도는 조건에 계약한 선수가 나타났다. 당대 AL 최고의 타자로 불리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앨버트 벨이 FA로 풀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5년 5500만달러에 계약을 하며 AAV 1000만달러 시대를 연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본즈는 샌프란시스코 구단에 최고 연봉자로 만들어주기 싫으면 트레이드를 해달라며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1998년까지 계약돼 있던 본즈는 결국 이듬해 2월 스프링트레이닝 개막과 함께 2년 2290만달러에 연장계약을 맺어 AAV 1145만달러로 이 부문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다른 팀 소속인데도 그 정도면 같은 팀 동료라면 어떨까.
이번 오프시즌 FA 최대어인 후안 소토가 원소속팀 뉴욕 양키스와 재계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현지 매체들은 보고 있다. 이미 할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랜디 르빈 사장, 브라이언 캐시먼 단장, 애런 분 감독을 데리고 캘리포니아주로 날아가 1차 협상을 가졌다. 구체적인 조건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스타인브레너는 "매우 솔직한 대화를 주고받으며 좋은 미팅을 이어갔다. 소토와의 계약은 우리 구단의 최우선 과제다. 그렇지 않다면 거기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원하는 선수가 누구든 계약할 능력을 갖고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당대 최고의 우타자 애런 저지가 구단에 "소토를 잡으라"고 조언했다.
저지는 만장일치로 MVP 오른 뒤 23일(한국시각) 현지 매체들과 가진 영상 인터뷰에서 "소토와는 얘기한 것이 전혀 없다. 소토에게 여지를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올시즌 내내 그와 얘기를 나눴다. 그는 우리가 그를 어떻게 느끼는지 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가족과 함께 이 문제를 상의하고 사람들과 얘기하고, 그와 가족에게 최선의 결정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쿵저러쿵 조언이랍시고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저지는 스타인브레너와는 소토 문제를 놓고 심도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는 "시즌이 끝나고 탬파에 1주일 머무는 동안 구단주와 만나 많은 이야기를 했다"면서 "후안과 우리 팀에 분명 도움이 될 다른 선수들까지, 내 생각을 전했다"고 했다.
소토가 구체적으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 수 없으나, 소토와 계약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소토에게 얼마를 줄 것이냐의 문제다. 소토는 양키스를 포함해 빅 마켓 구단들과 대부분 1차 협상을 마쳤다. 뉴욕 메츠는 6억6000만달러를 제시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현지 매체들 보도를 종합하면 소토의 시장 가격은 이미 6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AAV 4000만달러 이상에 10년 계약이며 4억달러이고, 15년 계약이면 6억달러다. 그러나 소토가 AAV 역대 최고 수준에 15년 계약을 하면 7억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AAV 1위는 오타니 쇼헤이다. 1년 전 10년 7억달러에 다저스와 계약한 오타니는 총액의 97%를 계약기간이 끝난 뒤 10년에 걸쳐 나눠받기로 해 '현가'로 따진 총액은 4억6000만달러, AAV는 4600만달러 수준이다. 소토가 AAV 4700만달러에 15년 계약을 할 경우 총액은 7억500만달러에 이른다.
2년 전 FA 투어를 마치고 결국 양키스와 9년 3억6000만달러에 재계약한 저지의 몸값은 더 이상 소토의 목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저지는 "(소토가 계약할 돈은)내 돈이 아니다. 최고의 선수와 계약한다는데 그게 문제인가. 최고의 선수를 얻으면 최대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난 뭐가 됐든 함께 할 것"이라며 "누가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느냐는 나에게 결코 중요하지 않다. 최고의 선수만 온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저지와 소토는 올시즌 각각 3번과 2번타자로 양키스 타선을 이끌며 AL 우승과 월드시리즈 진출의 주역이 됐다. 소토는 타율 0.288, 41홈런, 109타점, 128득점, 129볼넷, OPS 0.989를 마크하며 커리어 하이를 보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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