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정현우와 정우주의 길은 또 이렇게 갈리나.
신인 선수들은 어떤 팀과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야구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이 있더라도 자신의 포지션에 기존 선배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으면 그 틈을 파고들기가 너무 어렵다. 또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 지도자를 만나야 시작부터 가능성을 인정받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KBO리그 유격수 계보를 잇고 있는 오지환(LG)과 이재현(삼성)의 경우 유격수를 키워내야 하는 팀 사정에 맞물려 루키 시즌부터 안정적으로 기회를 받으며 성장한 사례다.
올해 신인드래프트는 전체 1순위 자리를 놓고 덕수고 정현우와 전주고 정우주가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당초 한걸음 앞서간 선수는 정우주였다. 150km 중반대 속구를 손쉽게 뿌리는 파이어볼러.
이에 반해 정현우는 가치있는 좌완에 구속, 제구, 변화구 구사 등 부족함 없는 완성형 투수로 평가받았다.
신인 선수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한 잣대는 미래 발전 가능성. 그래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특별한 우대를 받는다.
하지만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 히어로즈는 드래프트 직전 정우주에서 정현우로 방향을 틀었다. 당장 선발 요원이 필요했고, 즉시 1군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좌완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정우주는 전체 2순위로 한화 이글스 지명을 받았다. 여기서 두 사람의 운명이 갈렸다. 의도치 않게 키움과 한화 사이에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던 두 선수였다.
그리고 데뷔 시즌 또 두 사람의 방향이 확실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현우의 키움은 내년 외국인 타자 2명(푸이그, 카디네스)과 투수 1명(로젠버그)으로 간다. 사실 토종 선발 요원도 하영민 외에 마땅치 않은데, 외국인 선발 1명을 포기했다는 건 파격이다. 그만큼 정현우가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프링캠프에서 어느정도 가능성만 보여주면 꿈은 현실이 될 수 있다. 키움은 올해도 고졸신인 김윤하, 전준표 등에게 선발 기회를 줬었다.
성적을 떠나 루키 시즌부터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돌 수 있다는 건 선수에게 엄청난 기회다. 레전드 윤석민도 프로 3년 차였던 2007년 162이닝 투구, 7승18패를 기록하며 이듬해 14승 투수로 성장했다. 부딪히고, 깨지면서 선발로서 필요한 걸 습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반면, 정우주는 내년 당장 선발로 던질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정우주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선발이 너무 탄탄하다. 외국인 2명에 류현진, 문동주가 버티고 있다. 여기에 78억원을 투자해 엄상백까지 FA 영입했다. 류현진, 문동주, 엄상백이 몸 상태에 문제가 없다면 도대체 누구를 뺄 것인가.
프로 첫해 불펜으로 커리어를 시작한다고 해도 큰 손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불펜으로 프로 무대에 대한 감을 익힌 뒤 차차 선발 전환을 시도해도 된다. 또, 시즌 중 대체 선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선발로 커야 하는 선수라면 기왕이면 시작부터 선발로 출발하는 게 더 낫다.
친구이자 라이벌 정현우와 정우주의 2025 시즌은 어떤 모습일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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