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마음이 시키더라고요. 꼭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어요."
2024 골든글러브 시상식의 여운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경쟁, 엇갈린 수상자와 탈락자의 희비, 그리고 경쟁자에서 서로를 축하해주는 따뜻한 마음까지. 한 시즌을 마무리 하는 최고의 축제다웠다.
얼마 안되는 쉬는 기간, 어쩔 수 없이 수상 유력 후보들 위주로 행사에 참석한다. '저 선수, 저 코치가 왜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인물들도 있었다. KT 유한준 코치, NC 전민수 코치, 키움 박정음 코치 등이 그랬다. 로하스, 하트, 데이비슨, 김혜성 등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한 소속팀 선수들을 위해 왔구나라는 걸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런데 정말 의외의 인물이 한 명 있었으니 바로 LG 트윈스 오지환. 물론 참석한다고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 당당한 유격수 부문 후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수상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지난해는 LG 트윈스의 29년만 통합 우승을 이끌며 당당히 황금 장갑을 끼었다. 하지만 올해는 개인 성적, 팀 성적 모두 부족했다. 여기에 KIA 박찬호와 SSG 박성한이라는 양대 유력 후보로 일찍부터 시끄러웠다. 오지환의 이름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실제 오지환은 이날 투표에서 단 2표에 그쳤다. 그런데 멋들어진 정장 차림으로 객석에서 밝게 웃고 있었다.
현장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유격수 부문 수상자를 축하해주기 위해서였다. KIA의 통합우승 공신 박찬호가 유력해 보였다. 박찬호는 지난해 시상식에서 오지환과 경쟁을 벌였다. 개인 성적은 우열을 가릴 수 없었지만 오지환과 LG의 우승 임팩트가 너무 컸다.
하지만 박찬호는 시상식장을 찾았고, 오지환을 축하했다. 오지환은 그 때 박찬호의 마음을 잊지 않고,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이다. 혹 박성한이 수상하더라도, 자신의 국가대표 대를 이을 수 있는 후배의 수상을 축하해줄 수 있으니 그것도 의미가 있었다.
LG 박동원, 박성한 등은 정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의 참석이라 오지환과는 또 결이 달랐다.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또 이 별 것 아닌 일을 하는 선수가 아무도 없었기에 오지환의 이날 시상식 나들이가 낭만적이었다.
오지환은 "마음이 시켰다. 현장에서 꼭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 경기장에서 뿐 아니라, 경기장 밖에서도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뭔지 보여준 오지환이었다.
내년 유격수 경쟁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또 오지환-박찬호-박성한이 얽힌다면 내년에도 아름다운 장면이 다시 연출될 수 있지 않을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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