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선처'는 없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의 조기 복귀 꿈이 불발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지난달 18일(이하 한국시각)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모욕을 한 혐의로 벤탄쿠르에게 10만파운드(약 1억8300만원)의 벌금과 함께 국내 대회 7경기 출전 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토트넘은 '피해자'가 손흥민이지만 징계가 과하다고 반발하며, 항소했다. 토트넘은 이틀 후인 20일 '구단은 벤탄쿠르의 FA 출전 징계 기간에 항소를 했다'며 '우리는 독립 규제위원회의 유죄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징계 기간은 수위가 지나치다고 판단한다. 벤탄쿠르는 항소가 결론날 때까지 출전 징계가 유지될 것이며, 클럽은 이 부분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FA가 17일 항소 결과를 발표했다. '기각'이었다. FA는 "독립 항소위원회가 최근 정지 처분과 관련하여 벤탄쿠르의 항소를 심리 후 기각했다. 7경기 출전 정지는 독립 규제위원회의 명령에 따라 유지된다"고 발표했다.
벤탄쿠르는 이미 5경기에 결장했다. 그는 20일 맨유와의 카라바오컵 8강전에 이어 23일 리버풀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에서도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다. '박싱데이'인 27일 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야 복귀할 수 있다. 다만 징계가 잉글랜드 국내 대회라 벤탄쿠르는 국제대회인 유로파리그(UEL)에는 출전해 왔다.
토트넘의 '무리한 항소'는 결과적으로 상처만 남았다. 우루과이 출신인 벤탄쿠르는 지난 6월 자국 방송에 출연, 진행자가 '손흥민의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하자 "손흥민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줘도 모를 것이다.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이 생겼다'는 인종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발언이었다.
벤탄쿠르는 즉각 사과했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쏘니, 일어난 모든 일에 미안하다. 그건 나쁜 농담이었다. 나는 널 사랑한다. 절대 널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지 않나. 사랑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손흥민은 첫 논란 때부터 '절친'인 벤탄쿠르를 끌어안았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했고, 이를 알고 사과했다'며 '그는 의도적으로 불쾌감을 주는 말을 할 의도가 없었다. 우린 형제이고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FA는 지난 9월 논란의 벤탄쿠르 인터뷰가 '중대한 위반'이라며 기소했다. 손흥민은 지난 9월 UEL 카라바흐FK전을 앞두고도 벤탄쿠르를 감쌌다.
그는 "FA가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벤탄쿠르를 사랑한다"며 "우리는 좋은 추억이 많다. 그는 사건 직후 사과했다. 나는 집에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가 나에게 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진심이 느껴졌다. 이후 팀에 복귀해서 다시 만났을 때 벤탄쿠르는 정말 미안해 했다. 벤탄쿠르는 나에게 거의 울면서 사과했다. 정말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고 옹호했다.
손흥민은 또 "우리는 모두 인간이고 실수한다. 거기에서 배운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나는 그를 사랑한다. 아시다시피 그는 실수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는 동료이자 친구이자 형제다. 함께 나아갈 뿐"이라고 했다.
스포츠계 차별 철퇴를 위해 싸우는 '킥잇아웃(Kick it out)'은 FA의 결정에 환영했다. '킥잇아웃'은 "FA가 벤탄쿠르의 인종차별적 모욕에 책임을 묻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당시 사건과 관련하여 상당수의 신고가 접수되었으며, 이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출신 선수를 향한 학대가 관련 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더 넓은 커뮤니티의 팬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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