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나는 매년 위기고, 매 순간이 경쟁이다."
올 겨울을 보내는 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의 결연한 속내다.
드라마틱한 야구 인생을 걸어온 그다. 야구 불모지에 가까운 소래고-경남대 출신으로, 2020년 2차 5라운드에 프로 입단의 감격을 누렸다.
입단 첫해 4월 곧바로 입대했다. 대졸인 만큼 빠르게 병역을 해결한 뒤 프로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심산이었다. 군입대를 앞두고 단장에 편지를 보내는 등 간절함을 어필해 화제가 됐다.
팀의 기대치는 1군 대주자였다. 지금처럼 황성빈이 잘 뛰는 것 외에도 팀의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며 팀 케미의 핵심 선수가 될 거라 예상한 야구 관계자는 롯데에도 없었다.
황성빈이 훗날 회상했듯 손아섭의 이적 후 외야가 무주공산이 되면서 1군은 물론 조세진-나승엽-추재현 등 신예들, 2군의 무명 외야수들까지 총동원된 기량 테스트에도 초대받지 못했던 선수다. 말 그대로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온)'였다.
강점과 약점이 극명했다. 폭발적인 스피드는 팀내 첫손에 꼽히고, 주루 판단 역시 탁월했다. 하지만 매 타석 기습번트를 시도하는 등 타격에 자신감이 부족했다. 발은 빨랐지만 도루 센스가 아쉬웠고, 타구 판단 능력이 떨어졌다.
황성빈이 막상 1군에 투입되자 훈련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최대 강점이 드러났다. 이를 악물고 덤벼드는 간절함,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허슬플레이와 세리머니로 경기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은 리그 최고였다. 2022시즌이 끝났을 때 롯데 외야는 외국인 선수 렉스와 유망주 고승민, 그리고 중견수 황성빈으로 재편됐다. OPS(출루율+장타율, 0.707)는 조금 아쉬워도, 타율(2할9푼4리)과 주루 면에서 쓰임새가 확실한 선수로 호평받았다.
지난해 다시 시련이 왔다. 약점이 분석당하며 타율이 2할1푼2리로 급락했고, 윤동희 김민석 등 신예 외야수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미래가 불투명해보였다.
하지만 올해 다시 한번 반전을 이뤄냈다. 타율 3할2푼보다 장타율 4할3푼7리, OPS 0.812가 더 놀라운 남자다. KT 위즈를 상대로 한 더블헤더에서 하루 3홈런을 몰아치며 전과는 달라진 장타력까지 뽐냈다.
여기에 빠른발을 극한까지 단련해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3루타 2위(8개, 1위 김도영 10개)에 51개(도루 3위)의 도루를 더했다. 꾸준히 비판 받던 도루 성공률도 83.6%까지 끌어올렸다. 수비력까지 보완하며 좌익수 자리에도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노력의 화신임을 새삼 증명했다.
팀 분위기를 바꾸는 활기와 쇼맨십은 절정에 달했다. 롯데의 홈런이 터질 때마다 더그아웃 문지기를 자처하며 선수별로 다른 마중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배달의 마황'으로 올스타전을 빛냈고, 시즌 후 진행된 레드팬스티벌에선 손성빈과 함께 '예술이야' 무대로 또 한번 팬들을 즐겁게 했다.
내년 롯데 외야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추재현과 김민석이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며 1군 외야에 빈틈이 생겼다. 피치클락이 본격 도입되며 투수들의 주자 견제에도 어려움이 생길 예정이다.
황성빈은 신예 조세진 등과 남은 한 자리를 다퉈야 하는 입장이지만, 자신만의 유니크한 가치를 확실히 보여줬다.
이제 황성빈이 원하는 자리는 리드오프(1번 타자). 이를 위해서는 선구안을 향상시키고, 출루율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프로 무대는 매년 스스로를 증명하는 자리"라는게 황성빈의 입버릇이다. 그에게 안주란 없다. 섣불리 미래를 낙관하는 순간 추락하는 아픔도 겪어본 그다.
"경쟁은 신경쓰지 않는다. 내게 주전 자리를 보장해줄 팀은 없다. 매년이 위기고 경쟁이다. 그저 그 무대에 올라서는 게 매년 겨울의 목표고, 그 다음은 내가 보여줘야 한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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