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독하다 독해, 이렇게까지 외면한다고?'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32)이 또 다시 명장면을 만들었다. 불가능할 것 같은 골을 실제로 터트렸다. 마치 영화에서 나올 법한 장면이다. 때문에 5년 전에 받았던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또 받을지도 모른다는 말마저 나온다.
그러나 손흥민이 아무리 환상적인 골을 넣고 팀을 승리로 이끌어도 다니엘 레비 회장과 토트넘 수뇌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손흥민의 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늘 한결같은 입장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손흥민이 당장 이번 시즌에 다시 EPL 득점왕을 차지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게 없을 듯 하다.
손흥민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치른 2024~2025 카라바오컵(리그컵) 8강전에 선발출전해 팀 승리를 굳히는 골을 넣었다. 3-2로 쫓기던 후반 43분 왼쪽 코너킥 상황.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날카로운 스핀을 건 킥을 날려 직접 골망을 흔들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골을 터트린 손흥민은 이번 시즌 7호골(리그 5호골)을 기록하게 됐다. 3골을 더 넣으면 9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할 수 있다.
이 골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기적 같은 골이었다. 코너킥을 다이렉트 골로 넣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실전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증명할 수 있다. 유럽 축구통계 업체 풋몹은 손흥민이 맨유전에서 넣은 '코너킥 다이렉트골'의 기대 득점(xG)값이 0.01이라고 밝혔다.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골이라는 뜻이다.
이 어려운 걸 손흥민은 해냈다. 물론 골이 되기 직전 맨유 바인드르 골키퍼와 루카스 베리발의 접촉이 있긴 했지만, 손흥민의 코너킥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린 것을 부정할 순 없다. 귀중한 골이었다. 맨유가 후반 추가시간에 에반스의 골로 3-4까지 따라붙었다. 손흥민 골이 아니었으면 연장으로 갈 뻔했다.
손흥민이 이렇게 어려운 골로 팀을 컵대회 4강으로 밀어올렸지만, 토트넘 구단은 여전히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검토하지 않는 분위기다. 토트넘의 입장은 계속 똑같다. 손흥민과 재계약하지 않고, 기존 계약에 있는 '1년 연장옵션'을 사용하는 것이다.
손흥민이 아무리 뛰어난 활약을 오랫동안 펼쳐왔더라도 토트넘 수뇌부에게는 별로 중요한 가치가 아니다. 애초에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이미 이번 시즌 개막 전에 손흥민과 재계약했어야 한다. 그러나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재계약을 '돈낭비'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30대 중반으로 향해가는 나이가 일단 최대 걸림돌이다. 점점 비싸진 몸값도 마찬가지다. 토트넘은 '저비용 고효율'을 원한다. 30대 중반을 향해 가며 에이징 커브 위험이 있는 손흥민에게 최고대우를 하며 몇 년 더 잡아두는 것보다 20대 초중반의 가능성 넘치는 인재들을 영입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때문에 따로 비용을 들이지 않고 '연장 옵션'으로 손흥민을 딱 1년 더 쓴 뒤에 그때가서도 잘 하면 1, 2년 정도 더 계약하든지 아니면 거기서 완전히 작별하든 지 둘 중의 하나를 고를 전망이다.
오히려 이런 토트넘의 태도 때문에 손흥민의 이적설이 더 퍼지고 있다. 지금까지 맨유,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갈라타사라이 등이 등장했다. 손흥민은 이들 팀에 갈 생각이 없다. 토트넘도 어쩌면 이런 손흥민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기 때문에 무대응으로 방치하는 것일 수도 있다.
ESPN은 '손흥민은 구단과 장기계약을 원하지만, 지금까지 의미있는 대화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들이 보기에도 토트넘은 지나치게 완고하고 보수적이다.
문제는 이런 태도를 바꿀 계획이 없고, 손흥민 에이전트도 설득할 능력이 안된다는 것이다. 손흥민이 남은 시즌에 아무리 잘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재계약을 원한다면 다음 시즌 1년 연장기간에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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