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최근 LG 트윈스 유망주 김유민(21)의 음주운전 징계로 또 한번 멍든 한국프로야구를 일본 매체가 조명했다.
일본 야구매체 '풀카운트'는 22일 김유민이 음주운전으로 KBO에 1년 실격 처분을 받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한국 야구계에 만연한 사건'이라는 표현을 썼다. KBO가 음주운전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이 매체는 LG에서 올해 음주운전으로 무려 3명이 징계를 받은 점을 꼬집었다. 지난 7월 최승준 1군 타격 보조코치가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켜 계약 해지됐고, 9월에는 좌완 유망주 이상영(24)이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수준인 상태에서 운전하다 적발돼 1년 실격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17일 김유민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김유민 역시 면허취소처분 기준에 해당해 1년 실격 징계를 받았다. LG는 4개월 사이 투타 유망주 둘을 어이없게 잃으면서 최소 1년은 전력 구상에 차질이 생겼다.
결국 차명석 단장이 20일 구단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고개를 숙였다. 이 방송에서 차 단장은 구단에 본인도 징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선수의 음주운전 일탈로 단장이 자체 징계를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차 단장은 "구단의 단장으로서 너무나 부끄럽고 마음이 아프다. 팬 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치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자꾸 나와 팬들께 어떤 비난과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진심 사과드린다. 단장으로서 너무나 죄송한 마음에 나도 구단에 자체 징계를 내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나부터 반성하면서 팀이 조금 더 좋은 구단으로 갈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매체는 음주운전이 LG 구단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직격했다. 'KBO의 음주운전은 LG만의 문제는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김도규(26)가 지난 11월 음주운전으로 7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과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뛴 내야수 강정호(37)는 3차례(2009, 2011, 2016년)나 음주운전이 적발돼 커리어를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허구연 KBO 총재는 2022년 3월 취임하면서 사건·사고 근절을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 허 총재는 KBO 복귀를 추진하던 강정호의 임의해지 복귀는 허가하되 키움 히어로즈와 강정호가 당시 체결했던 선수 계약(최저 연봉 3000만원)은 승인하지 않았다. 강정호를 본보기로 삼아 사실상 KBO 선수 전체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강정호는 KBO리그는 물론,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호평받는 정상급 내야수였다. 유격수와 3루수 모두 수준급 수비를 펼쳤고, 피츠버그 소속이었던 2016년에는 21홈런을 치면서 거포 본능까지 뽐냈다. 음주운전만 아니었다면 강정호는 지금도 메이저리그를 누비며 김하성(29, FA) 이전에 아시아 내야수 최초 기록을 잔뜩 써 내려갔을 수 있었던 특급 재능이었다. 강정호의 재능이 아깝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었으나 똑같은 잘못을 반복한 대가는 혹독하게 치러야 했다. 그렇게 천재 야구선수의 커리어는 불명예스럽게 마침표를 찍었다.
KBO는 강정호 사태를 겪으면서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따로 만들어 경각심을 갖도록 했다. 면허정지 최초 적발은 70경기 출전 정지, 면허취소 최초 적발은 1년 실격이고 2회 음주운전은 5년 실격, 3회 이상은 영구 실격이다.
선수 경력을 단절하는 KBO의 강력한 조치에도 음주운전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화 이글스 주전 유격수로 맹활약하던 하주석(29)은 2022년 11월 음주운전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아 7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주석은 징계 이후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는 있었지만, 올해까지 백업 신세를 면치 못했고 현재 FA 시장에 쓸쓸히 남아 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등 돌파구를 찾고 있으나 음주운전 징계로 경력이 단절된 부정적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NC 다이노스 외야수였던 김기환(29)은 2022년 11월, 두산 베어스 포수였던 박유연(26)은 지난해 9월, 롯데 내야수였던 배영빈(24)은 지난해 10월 음주운전에 적발돼 KBO 징계와 함께 구단에서 방출됐다. 박유연은 두산에서 차기 안방마님으로 키우던 선수였지만 음주운전 사실을 구단에 숨기면서 괘씸죄가 적용됐다.
구단은 해마다 팀에서 음주운전 선수가 나올 때면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히 교육하겠다"고 사과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성인인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구단이 일일이 관리할 수는 없기 때문. 선수들의 자율 의지에 맡겨야 하니 구단 의지로 예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LG는 올해만 3번째 음주운전 관련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구단은 선수단에 프로야구 선수로서 사회적 책임과 자세에 대한 각별한 주의와 교육을 지속적으로 했음에도 또다시 일어난 이번 사건(김유민)에 대해 말할 수 없이 충격적이고 당혹스럽다"고 했다. 선수 관리에 대한 구단의 딜레마가 묻어나는 대목이었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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